나를 아는 자신감!
일곱 살인데도 혼자 자기 이름 못쓴다는 우리 충채!
'충채'라는 예명을 얻었지만 이제 자기 이름은 쓴다! 삐뚤빼뚤하지만 어느 날 붙잡고 하나씩 반복해 주니 이름을 한 방에 익혔다. 야호~!! 여전히 글씨는 못 읽지만 친구말처럼 이미 읽을 줄 아는데 못 읽는 척하는 건가 하는 기대까지 품게 됐다. ㅎㅎㅎ
어젠 심선생님 댁에서 오카리나를 배우는 날이라 악기 수업이 끝나고 바로 어린이집으로 갔다. 선생님 댁 바로 앞이 선율이가 다니는 곳이어서 (평소엔 차량을 타고 등·하원을 한다) 목요일만 직접 아이를 데리러 가기로 했다. 목요일마다 2시간 정도 일찍 하원해서 놀이터에서 함께 놀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어제까지 겨우 두 번 했을 뿐인데 엄마가 좀 힘드네;;; 다시 무를까? 하는 마음이 마구마구 솟구치지만 이제 또 너의 계절(따뜻한 봄, 더운 여름)이 다가오고 있으니 마음껏 놀이터 사랑도 해줘야 하는데 …
차량으로 등· 하원을 하기에 평소에 선생님을 자주 뵐 수 없는데 일주일에 한 번씩이라도 아이가 활동하는 곳에 가서 선생님도 만나서 이야기도 나눌 수 있어서 좋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제는 선생님께 아이의 원생활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아이가
어머님, 선율이는 대단해요.
100개를 다 채워야 성취감을 느끼는 아이들이 많거든요.
근데 선율이는 2개 3개만 해도 자신감도 올라가고 성취감이 대단해요.
한글에 관심은 없지만 그래도 매 수업 시간마다 열심히 잘한다는 칭찬도 해주셨다. 매사에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도전하는 마음도 성장했다고 하시면서. 하원할 때마다, 내가 물어보기도 전에 늘 나에게
"엄마, 오늘도 공부 '천 백개 하고' 왔어!"라고 하더니. ㅋㅋㅋ
아, 우리 아이에게 공부는 진짜로 많이 써보고 손가락으로 한 게 아니라 어쩌면 「마음 상태」였던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내 손을 뿌리치고 놀이터가 보이자마자 입구에서부터 전력질주를 시작했다. 그런 뒷모습을 보다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행복의 기준', '성취감'같은 말을 떠올려봤다. 나도 행복의 허들이 저만치 높이 보이면 아예 포기하고 미리 좌절할 성격이기에 늘 낮은 허들을 내가 재밌게 뛰어넘는 거에 좀 더 초점을 맞춘 사람인데 내 아이도 이런 걸까? 물론 사람들의 기질, 환경마다 다를 테고 좋다, 나쁘다의 문제가 아닌 저마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그냥 내가 아이 마음을 조금은 공감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행복의 기준과 성취감을 느끼는 지점이 낮으면 낮을수록 어쩌면 인생이 더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백개를 다 채우고 살아야 뿌듯함을 느끼는 경우도 있지만 두세 개씩 적은 양이지만 거기에 만족하고 기쁨을 느끼면 속도는 현저히 느릴 수 있어도 하루하루에 좀 더 자주 웃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다른 건 몰라도 자주 방실방실 웃는 아이 얼굴이 더 빛나보였다.
오늘 아침에도 어린이집 버스를 타는데 태권도에 함께 다니는 친구를 우연히 만났다. '너는 애기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에 다니는구나, 애기처럼 잘 배우고 와'라고 하는데
"아니야, 어린이집에서 내가 제일 형님반이야!
우리 형님반 최고야,
여기에 아가반도 따로 있어.
나는 일곱 살 형님반에서 수업 들어!
라고 당당히 말하는 게 아닌가!
그 모습을 보면서 사람의 자신감은 스스로 느끼는 상태에 만족하고 나를 '제대로' 아는데서 출발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부터 유치원으로 옮겨서 새로운 것도 배우고 다른 환경에서도 다녀볼까, 하고 아이에게도 몇 번 물었지만 그때마다 아이는 함께 다닌 친구들과 선생님이 좋다고 "NO!"를 외쳤다.
정말 싫었던 거구나, 여기에서도 진급하고 또 다른 즐거움을 느끼는구나. 철없고 마냥 어린것 같아도 똑 부러지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니 기특한 생각이 들었다. 자신감 있고 자기 상태를 말할 줄 아는 사람은 놀리는듯한 물음에도 전혀 화낼 필요도, 흥분하는 태도를 갖지 않는다는 점도 배웠다. 놀리려는 의도로 말한 친구가 오히려 당황해서 어버버 하더니 자기 엄마에게 한 소리를 듣고 '그럼 이따 태권도에서 만나~!'하고 귀엽게 손을 흔들어주고 뛰어갔다. 둘째를 통해 한 수, 아니 두 수 배운 기분이 든다. 불안이 없는 아이라더니, 그 배경이 궁금하기도 하고 신기했는데 오늘은 뭔가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 자식자랑이 맞습니다. ㅎㅎ 아이들을 통해 느끼고 배우는 게 많은 요즘이다.
이 글을 읽는 한 분 한 분이,
내일은 100개를 다 채워서 행복한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하나를 꼭 해서 행복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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