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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나우 Oct 14. 2024

행복한 왕자

함께 읽고 배우고 나누는 삶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  


부유하고 행복하게 살아서 세상에 대해서 모른 채 생을 마감한 왕자님이 있다. 하지만 동상이 되어 높은 곳에서 서면서 비로소 세상에 대해 알게 되고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이 많은 걸 보고 눈물을 흘렸다. 따뜻한 남쪽 나라로 돌아가는 걸 놓친 제비 한 마리가 우연히 행복한 왕자의 이야기를 듣고 가난한 재단사의 아픈 아이, 어머니가 병들어가는 소년, 성냥팔이, 불쌍한 할아버지, 병원비가 없는 가난한 아이를 돕는 심부름꾼을 자처한다. 왕자는 몸에 장식된 금과 보석, 심지어 사파이어로 된 눈까지 떼어서 전부 사람들에게 나누어준다. 제비는 따뜻한 나라로 영영 가지 못해 왕자의 곁에서 얼어 죽고 금장식 마저 떼서 나눠줬기에 불 품 없어진 왕자는 사람들의 손에 철거 됐고 제비는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어린 시절 읽었던 행복한 왕자, 결말 부분 이야기까지 다시 읽어보니 또 다른 반전이 숨어있었다. 참혹한 현실과 다른 따뜻한 결말을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이 이야기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 보다 더 충격이었다. 자신의 밑동까지 내어주는 나무의 희생 역시 초라하고 비참하긴 하지만 할아버지가 된 소년과 살이라도 맞대고 있으니 그나마 온기 있는 결말로 끄덕끄덕 하겠는데 사파이어 눈까지 뽑아주고 또 나중에 볼품없어지자 철거하고 녹이기까지, 나중엔 왕자의 타지 않은 심장도 쓰레기통에 버려진다. 제비가 죽어서 던져진 그 쓰레기통에. 아이가 읽기엔 끔찍한 결말이라고 생각했다. 심장이 쪼개져 버린 것도 한스러운데 왕자의 희생과 눈물, 제비의 수고로움은 아무도 보지 못하는 것 같아서. 마지막까지 활활 타오른 심장은 왜 녹지 않았던 걸까, 

제비가 제일 불쌍해, 왕자야 처음부터  세상을 궁금해하고 자기가 가진 걸 다 나누고 싶어 했다지만 잘못 걸린(?) 제비는 무슨 죄라고. 뭐, 이런 생각도 했던 것 같다.








활활 타오르는 행복한 왕자의 심장 이야기가 갑자기 왜 생각났냐고.



작년에 동네 집 앞 헌책방 우리들의 희한한 헌책방(우희헌) 모임을 통해서 심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께선 책을 엄청 많이 읽으신 분 같았다. 관심 분야도 깊고 책 구매도 자주 하셨다. 나이가 들면 사람들의 행동반경은 점점 좁아지고 거기에 안주하길 원한다.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보다는 기존에 알았던 사람들의 편안함을 추구하게 되고, 이건 대부분 사람들 이야기라 내 주변 친구들도 사실 여러 명의 모임이나 만남보다는 그동안 만나고 싶었던 편안한 무리들과 더 소중한 시간을 가지고 싶어 한다. 나 역시 그렇다. 불편하고 어색한 자리, 한 번이라도 그렇게 해서 엉뚱하게 가게 된 모임이 불편하다 싶으면 두 번째부터는 과감하게 안 가면 된다. (나에게도 이곳으로 이사 와서 7명 정도 모인 학부모 모임이 그랬다.) 선생님께선 생각해 보니 환갑이 넘으신 연세에도 자전거를 타고 처음 본 사람들을 만나러 와주셨다. 하나씩 선물하고 싶은 그림엽서를 챙겨서. 와, 우리 친정엄마도 선생님과 비슷한 연배인데 이런 자리에 이렇게 기꺼이 와서 이야기를 나눴을까를 생각하며 선생님과 첫 만남을 가졌다. 나는 지적 동경이 있는 사람이라 책을 많이 읽은 사람에게 관심이 생긴다. 선생님께서 나에게 말도 잘하고 이야기할 때 에너지가 있는 사람이라고 해주셨을 때도 괜히 기분이 좋았다. 


함께 서로 가진 책을 나눠서 읽어보자고 선생님께서 집을 오픈해 주셨다. 결혼해서 출가한 자식들이 있기에 선생님 아파트엔 언제든 와도 좋다고 했다. 늦은 밤에라도 언제라고 환영이라며! 그렇게 해서 혜진쌤, 경은언니와도 거기서 처음 만났다. 서로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책을 주고받고 읽기 위해 만난 동네 번개 같은 모임이었는데, 사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에 빠졌다. 9시 즘 만났는데 시간이 훌쩍 가서 신랑이 언제 오냐는 전화를 받고 이미 두 시간이나 훌쩍 가버린 것을 알았다. 





혜진쌤, 심선생님과 셋이 처음으로 같이 읽은 소설/ 선생님께서 나눠읽자고 선물해주신 책과  마그네틱, 엽서들





평소라면 혼자서는 도무지 읽을 것 같지 않은 책을 함께 읽었다. 미켈란젤로와 교황의 천장(로스킹)을 시작으로 다양한 르네상스와 화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어보라고 잔뜩 쌓아놓으셨다. 갈 때마다 천장까지 쌓아 올린 책을 보며 혜진쌤과 나는 기쁨의 비명을 질렀다. 어깨가 바스러지게 무겁게 들고 가도 이고 지고 책은 절대 거절하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기꺼이 즐겁게 양손 무겁게 선생님 댁에서 나왔다. 그렇게 한 달 한 번, 한 달 여러 책, 우리들의 책 모임이 시작됐다. 처음엔 같이 읽은 책 내용이 주를 이르고 나눴으나 거기에 대한 저마다의 철학과 생각들, 그리고 현재 마음 상태나 힘들었던 일들도 나누는 시간이 됐다. 혜진쌤도 나도 조금씩 우리가 가진 책을 나누며 독서의 시간이 풍성해졌다.


몸과 마음이 우울했을 때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우울감에 허덕이고 있을 때도 선생님은 나에게 책을 선물해 주셨다. 그림을 보면 힐링받는다는 이야기에 오르세 미술관 도록부터 표현주의 화가의 작은 책자까지 자꾸 책을 찾아서 내 앞으로 권하셨다. 그러던 어느날,




나경씨, 일본어 공부해보지 않으실래요? 




일본 만화나 영화 (명탐정 코난과 러브레터, 귀멸의 칼날, 슬램덩크까지 ㅋㅋ)를 좋아하고 작가 하루키의 광팬이지만  일본어를 배울 생각조차 안 했던 나에게 선생님께선 '갑자기' 공부하길 권하셨다. 

게이트웨이 읽기 방에서 예술가의 관문 같은 책을, 전공자만 읽을 법할 커다란 책을 턱, 꺼내놓으셨다. 이미 다 읽은 책이니 읽기 모임에 참여해서 한 번 읽어보세요. 

두껍고 그림도 많고 게다가 영어 원서로 된 책, 하하하!


그런데 부담되고 힘들었으면 진짜 거절했겠지만 내 손이 먼저 가서 책장을 넘기고 있는 게 아닌가! 

공부하고 싶었다. 나만의 몰입할 공부를 찾고 싶었다. 나는 읽을 수 조차 없을 때도 저절로 그림 책에 손이 갔는데 말까지 할 수 있는 공부라니, 그게 어떤 언어든지 나는 배우고 싶었다. 일본에 여행 갈 일 없다고 하면서도 일본어로 말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고 있었다. 히라가나 가타가나조차 쓸 줄 모르는 쌩 초보. 왕초보였음에도. 



효순쌤이 진행하는 일본어 '왕초보반'에 들어갔다.  화요일 8시에 만나서 2시간씩 왕초보 책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매주 효순선생님이 일본어 단어부터 이제는 짧은 회화까지 숙제를 보내주시고 열정적으로 가르쳐주셨다. 짧은 시간이 어찌나 빨리 지나가는지 다 같이 줌으로 모이는데도 예습한 부분을 다 까먹고 까먹어도 선생님께선 계속 우리에게 입을 벌리고 소리를 내고 말하게 하셨다. 조금씩 낯선 언어가, 일본 드라마에서만 들렸던 억양과 말투들이 흉내 낼 수 있을 것 같았다.(아직도 일본말이 쏙쏙 들리진 않습니다;; ㅎㅎㅎ 단어가 드문드문, 어쩔 땐 좀 더 많이 들리긴 하지만요)


신랑에게 조금 일찍 퇴근해 달라고 부탁을 하고, 아이들에게 저녁도 차리느라 밀린 공부도 하느라 정신없었지만 육아에서 해방되는 그 두 시간이 행복했다. 가끔씩 선율이가 난입(?)해서 줌 수업 도중에 머리에 올라타기도, 자기 얼굴을 카메라에 들이밀기도 했지만.




어때요? 우리는 모두 아이들도 다 자라서
어린 아이가 정말 예뻐요.
신경쓰지 말고 언제든 아이 있어도 함께 수업해요!



매일 놀이터에서 늦은 시간까지 아이와 함께 노는 나를 배려해서 시간도 8시에서 30분 늦게 8시 반으로 바꾸자고 해주셨다. 온 우주가 나를 공부하게 도와주고 배려하고 신랑도 화요일은 무조건 칼퇴근으로 나의 일본어를 응원했다. 사실은 공부할 수 있도록 나를 움직이는 사람들로부터 공부가 시작된다. 1월부터 시작한 공부가 10개월을 넘어, 1년을 바라보고 있다. 전혀 읽지 못했던 히라가나, 발음조차 몰랐던 단어들을 술술은 아니지만 천천히 읽을 수 있게 됐다. 


그림 한 점을 올려주셔도 신중하게 자신만의 생각을 이야기해주는 인경쌤, 왜 공부를 하느냐, 이걸 통해서 어떠한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닌데 공부를 하는게 좋다는 인경쌤의 말이 좋았다.나도 그렇게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여성스럽고 우아한 혜은쌤, 볼리비아에 살고 계시지만 주변을 여행하실 때 마다 여행지 사진을 보여주시는데 마음이 일렁일렁, 떠나고 싶은 생각이 자꾸 든다. 일본어 부전공자답게 우리 '왕초보 일본어반'의 에이스! 가장 잘 읽으시고 일본어 실력도 최고!

인경쌤이 여자홍길동이라고 부르는 유쾌한 복규쌤. 대전에 사시는데 덕분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도시인 대전 나들이할 때 정보도 엄청 많이 주셨다. 대전 뿐 아니라 부여, 천안, 아산까지 ㅎㅎㅎ 세계 방방곡곡 안 간 곳이 없으실만큼 여행을 좋아하고 사진도 무척 잘 찍으신다. 나중에 따로 셀카도 부탁해봐야지,

그리고 수업 시간이 안맞아서 함께하지 못했지만 언제나 적극적으로 회화를 만들고 질문도 가장 많이 해주신 미라쌤. 미라쌤의 통통 튀는 목소리와 웃음 소리를 들을 때 마다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우리 선생님, 효순선생님 ^_^




심선생님께 그동안 받은게 많아서 부담도 됐지만
거절하지 않고 수업을 하겠다고, 해보겠다고 했어요.
저도 절대 잘하지 않지만 함께 공부하는 기분으로 할게요.




수업 준비를 위해 항상 애쓰시고 한 명이라도 놓치지 않고 직접 말해보게 하려고 매일 목이 쉬어라,(수업 끝날 쯤에 늘 목이 잠기신다) 열심히 강의해주시는 효순 선생님. 이번에도 함께 모인 제자들이에게 맛있는 빵이며 커피를 전부 사주시겠다면서 잘하고 있다고 도닥이고 격려해주셨다. 참 스승! 선생님 더 열심히 할게요.


이제 함께 일본어를 배운, 볼리비아에 사는 혜은선생님이 한국에 와서 다 같이 만나는 날 혜은쌤의 한국 나들이로 우리도 다 함께 번개를 하기로 했다. 얼마만의 번개인지! 거기가 어디여도 꼭 가서 모두 만나고 싶었다. 종로 3가 내가 좋아하는 솔방울 베이커리가 우리의 첫 만남 장소였다.  





좁은 골목으로 쏙 들어오면 보이는 솔방울 베이커리에서 첫 만남(인경쌤만 모이면 완전체인데!)





세상에! 다들 처음 본 얼굴들인데 왜 이리 반갑고 친근한지, 한 분 한 분 나를 환영한다고 안아주셨다. 우리 모임은 일단 '허그'부터 시작하는구나!

줌으로 단순히 수업만 하고 할것만 하고 안녕한다면 그 사이는 어색하고 서먹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수업을 하기도 하지만 함께 있는 모임방에서 이야기도 하고 일상을 나누어서 그른가 한 분 한 분이 친근하고 그냥 좋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막내로 참여한 나를 언제나 환대해주시고 잘하고 있다고, 대단하다고 응원해주고 칭찬해주시는 분들, 어쩜 이런 좋은 사람들을 다 만날 수 있을까?!


멀리 대전에서 우리에게 맛 보여주기 위해 성심당 빵도 사 오신 복규쌤, 볼리비아에서 한국에 들어오시고 아들도 곧 군대에 가서 정신없고 바쁠 텐데도 기쁘게 나와주신 혜은쌤, 그리고 우리의 스승님 효순쌤!! 세상에! 줌으로 매주 봐도, 우리가 앉은 키만 봐서 몰랐는데 엄청 키도 크신 미인이실 줄이야, 나는 막내인데도 앉아서 잘라주는 빵 먹고 사주시는 커피도 얻어먹고 뭐 하나 나서서 솔선수범이 아니라 죄다 받기만 하고 온 것 같다. 사랑도 응원도 듬뿍듬뿍 받았다. 그래도 우리 일본어 회화반 쌤분들 한 명 한 명을 떠올리며 각자에게 선물하고 싶은 작은 선물과 전철 안에서 꾹꾹 눌러쓴 손 편지를 직접 전달할 수 있어서 기뻤다. 저마다 한 분 한 분을 떠올리며 글이 술술 나왔다. 저마다 개성있고 소중한 분들이기에. 크리스마스엔 카드도 써서 보내줘야지, 다짐을 해보기도. ㅎㅎㅎ


일주일 한 번의 스터디 - 줌으로 2시간인데 그 시간들이 쌓여서 우리에겐 또 공통의 이야깃거리가 그 다음장이 펼쳐지고 있었구나. 생각해 보니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사이가 보통 사이가 아니다. 만나고 싶은 사람들도 매주 일주일마다 주기적으로 볼 수 없는 바쁘고 거대한 세상에 살아가고 있는데 나만의 작은 모임들로 전혀 공통점 없는 사람들 다섯 명이 만나서 일본어로 회화를 공부한다. 마침 우리 테이블 뒤에 일본에서 여행 온 예쁜 아가씨 두 명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가장 기본적인 일본어를 할 기회도 만나고(아리가토가 전부였지만!) 그 처자들은 반대로 한국어를 공부하고 한국이 좋아서 여행을 왔다고 했다. 한국어를 엄청 잘하던데! 


저마다 심선생님과 연결돼서 함께 회화를 배우기도 미술사를 공부하거나 악기를 배우고 여행도 여러 차례 가신 분들이었다. 선생님 한 분을 통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연결된 것도 신기한데 저마다 여행지에 만나기도(복규쌤) 회화를 통해 만나기도(혜은쌤) 선생님에게 아이들이 배우기도 한 사이라니, 유럽, 일본 여행을 하면서 또 얼마나 많은 추억들이 쌓였을까, 함께 꿈을 꾸고 배움에 열정적인 분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던 하루였다. 


우연히 미라쌤의 브런치를 보다가 '행왕'모임에 대해 쓴 글을 보고 아앗, 사진이 심선생님 댁인데! 하고 '행*왕'이 무슨 뜻일까 궁금해졌다. 미라쌤의 글은 여기

행왕이 바로 행복한 왕자였구나,




맛있는 일본어, 이제 마지막 3권이 끝나간다! 혜은쌤을 보러 재희쌤과 지은쌤도 12시가 조금 넘어서 함께 해주셨다




*함께 스페인어를 배웠다는 재희쌤과 지은쌤은 처음 보는 날이었음에도 작은 선물들을 하나씩 챙겨 오셔서 나눠주셨다. 양말과 꿀! 챙겨주신 따뜻한 마음에 공감했고, 마침 한 강 작가님이 노벨상을 받게 된 날이라 한 강 작품 속 이야기를 하다가 '아이를 키우면서 점점 내가 사라지는 기분'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게 됐다. 같이 공감하고 웃고 울어줄 수 있는 사람은 사라지는 기분을 느꼈던 걸 나눌 수 있을지언정 나를 조금은 더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또 이런 생각이 드는 모임이었다. 우리가 자리 잡은 솔방울베이커리 중앙으로 들어오는 볕은 따뜻했고 포근했고 행복한 오후였다. 심선생님을 제외하곤 모두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음에도!


줌으로 수업하고 공부하고 함께 책을 읽고 나누고 아주 가끔씩이어도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응원을 해주고. 인연이 이어지고 있었다.


오시자마자, 두꺼운 세 권의 책을 읽으라고 나에게 내미시는 심선생님! 우리끼리 있을 때 심선생님의 독서와 언어 공부, 짬 내서 듀오 링고를 하시는 배움에의 자세는 인간계를 넘어 '탈 인간계'라는 이야기를 나눴다. 신의 경지쯤 다다른 독서와 몰입도 있는 공부라며 극찬을 했는데 역시나 음악을 듣고 책을 읽으시느라 전철 정거장도 놓쳐버린 선생님. ㅎㅎㅎ 한 강 작가가 어린 시절 책을 읽다가 보면 갑자기 어두워졌다고 하는데 이미 하루가 다 저물어버린 시간이어서 그랬다고, 선생님께도 그런 비슷한 경험이 숨어있지 않을까. 










선생님의 예전 운영했던 영어 도서관이 바로 행복한 왕자라고 들었다. 이번에 사람들을 만나면서 처음 알게 됐다. 행복한 왕자가 선생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나눠주고 작은 소리 하나에도 지나치기 보단 무릎 꿇고 뭐를 원하는지 손을 내밀어 주는 삶. 나는 이제 왕자의 부탁(절대명령이 아니다)을 받고 하늘을 나는 제비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다. 그냥 따뜻한 남쪽 나라로 갔으면 거기서 좀 더 오래 살았겠지만 제비는 왕자 덕분에 또 다른 세상을 보고 직접 집집마다 보석을 직접 가져다주기도 했다. 이제는 제비가 얼어 죽어서 슬펐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죽는 순간까지 가치 있는 배움과 고귀한 나눔, 세상의 연결통로가 됐을 거라 믿는다. 


연결된 줌 수업들이 일주일에 한 번 이지만 이 시간을 통해 우리가 그냥 공부만 하는 게 아니라 서로의 목소리에 경청하고 자세를 배우고 태도를 가다듬는 시간이 되는 것 같다. 게이트웨이 시간에도 많은걸 배우고 있다. 아템포님, 정약사님, 인경쌤도 곧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그리고 심 선생님.

어쩌면 심 선생님은 행복한 왕자 속 제비처럼 곳곳마다 마음의 방문을 두드리고 책으로 문을 열지만 사실은 모두를 연결해 주는 타지 않는 심장 같은 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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