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그것은 누구를 찾아 나서는지 모르는 미약한 약속의 시간일 것이다
그리고 그 약속은 하는 사람 역시 꾼 들일 것이다
상민은 모처럼 만나는 아늑함이 흐르는 새벽 이였다
그리고 던져 놓은 찌 톱을 힐긋 흘기듯 바라보는 물안개가 한 폭의 수묵화를 만들고 있었다
소리는 바람을 따라 멀리 가버렸고 아침 이슬만 방울지는 시간에 한 모금 담배는 가히 꿀맛이라 할 것이다
작은 입질이 몇 번 그것으로 아침을 맞이하였는데 이렇다 할 조과는 없었지만 상민은 그래도 좋았다
낚시는 고기를 낚기 위해서 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을 예전에 아버지께 들었기에 그리고 상민도 그 나름대로 운치를 느끼기에 그 말에 동감을 하고 있었다
점점 날이 밝아오자 상민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바로 곁에 조용히 찌를 바라보며 한 손에는 소주병을 들고 있는 꾼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왠지 조금은 언벨런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분위기가 달랐다
그리고 자꾸만 그쪽으로 눈길이 자꾸만 머물러 있어 낚시를 할 수가 없었다
그때 그 낚시꾼이 다가와서는 상민에게 잔을 들려주었다
"소주 한 잔 하시겠습니까?"
"아침부터 그래도 되겠습니까"
"자연이 안주인데 아침이면 어떻고 저녁이면 또 어떻습니까"
하긴 술시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 뭐 한 잔정도야 뭐 하며 잔을 받았다
촉촉이 젖은 눈빛을 한 사내는 상민에게 지나가는 듯이 한 마디를 던졌다
"아버지가 계십니까?"
"네 지금은 떨어져 살지만 계십니다"
"그래요 효도하십시오"
"네 에 그래야 하는데 하면서도 그게 잘 되지가 않는군요"
다시 한 잔을 건네주며 사내는 상민을 바라보다 저수지에서 눈을 떼 질 않았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말이 없던 사내가 시선을 고정 한 채 혼자 말을 시작했다
" 오늘이 아버지 기일입니다"
기일이라면 돌아가신 분의 제사가 있는 날이 아닌가
그런데 저렇게 낚시를 하고 있다니 좀 이상한 사람이다 라고 생각하는데 그 사내가 넋두리를 풀어내고 있었다
"오늘이 아버지 기일인데 낚시를 하고 있으니 이상하게 생각하시죠"
"아닙니다"
"하하 아마 이상하실 겁니다 그리고 저 어제 출소하였거든요 그런데 갈 곳이라고는 여기뿐 이더라고요"
"왜 갈 데가 없으십니까?"
사내는 한 동안 하늘을 바라 보다 상민에게 지나가는 듯이 한 마디를 하였다.
"아버지께서 살아 계셨다면 아마도 갈 곳이 있었을 것입니다"
"..."
상민은 말없이 사내의 얼굴을 바라만 보고 있을 뿐 뭐라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집은 있어도 마음이 가질 않아서 갈 수가 없군요"
"그래도 집에 가셔서 제사라도 지내야 하지 않을까요 그것이 아마 자식 된 도리라 생각하는데요"
"네 에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버지께서는 하나 있는 자식이 자기 집 드나들 듯이 교도소를 들락거리니
마음을 다스리려고 낚시를 시작하셨습니다"
아마 상민의 경우라도 뭔가에 집중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야만 그 순간은 잊을 수 있었을 테니까.
"그리고 매번 근심이 있을 때면 여기서 낚시를 하시고 또 아들에게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를 편지로 알려 주시던 장소도 여기시니 아버지도 이해하실 겁니다. 아마도..."
말을 잊지 못하고 사내는 소주병을 입에다 가져갔다.
그때 상민의 찌가 슬며시 입질을 하였지만 상민은 챔질을 하질 않았다.
아니 못하였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사내의 슬픈 눈 사내의 슬픈 가슴앓이를 듣고 있으니 낚싯대에 손이 가질 않았다.
"입질인데요"
사내가 말했다.
"네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낙지를 않으십니까?"
"훗.... 그냥이요"
상민은 알 수 없는 미소가 입가에 머무르자 말을 잃고 말았다.
사내는 그 후로 말을 하지 않고 멍하니 저수지 저편만 보고 있을 뿐 이였다.
그러자 이번엔 상민이 먼저 말을 걸었다.
"저도 한 잔 주십시오"
"아 네 에"
소주를 한 잔 들이키고는 혼자 독백하듯이 우물거렸다.
"저는 낚시를 할아버지께 배웠습니다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고기를 잡는다는 기쁨에 행복해하며 따라 다녔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긴 세월을 아무런 불평 없이 살다 가신 할아버지 생각에 낚시를 하는 날이 더 많지요"
"그러시군요"
상민은 사내의 얼굴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어쩌면 그쪽과 저는 공통점이 있는지도 모르겠군요"
"어떤..."
"아마도 그리움이라는 공통점 말입니다"
그랬다 어쩌면 그 사내도 아버지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에 몸서리치고 있었고 상민은 간간이 스치는 바람 같은 그리움에 옷깃을 세우고 있으니 그도 공통점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다른 점은 저는 미끼를 사용하는데 그쪽은 미끼 없이 낚싯대만 드리우고 있다는 것이죠"
"하하하 어떻게 아셨습니까 미끼를 달지 않았다는 것을?"
상민은 사내의 일거수 일투족을 살피고 있었으니 모를 리 없었다.
그리고 몇 시간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여지 것 미끼를 다는 모습을 보질 못했으니 당연한 일 아닌가 그리고 결정적으로 미끼 통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