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붕어

낚시소설 붕어-아버지(2)

by 한천군작가

"저는 아버지와의 기억을 낚고 있거든요"
"추억이요?"
"어릴 적 아버지와 낚시를 몇 번 왔었는데 아마도 그때가 제 인생에 있어 가장 행복했던 시절 이였을 것입니다. 사랑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을 때였으니 말입니다."
"왜 사랑을 처음 느꼈습니까?"
"그 당시 저희 집은 살기가 너무 힘들어 이산 가족이나 다름없었거든요"
"이산가족이라니요?"
"하하하 살기가 힘들어 뿔뿔이 흩어져서 살았거든요 아버지는 일 때문에 부산에 계셨고 어머니는...... 후.... 어디 가셨는지 모르고 살았고 저는 보육원에서 생활을 했었죠"


상민은 알 수 있었다.
그가 어머니라는 말과 함께 긴 한숨을 쉬는 걸로 보아 어려운 형편에 자기 갈 길을 찾아가신 것이라는 것을 그래서 사내가 길게 한 숨을 토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내는 담배를 피워 물었다
그리고 한 모금 연기를 상민에게 날려 보내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아버지는 두 달에 한번 저를 찾아 오셨고 그 날은 아버지와 이곳에서 낚시를 하였습니다"


상민은 그 풍경이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바라보이는 듯하였다.
얼마 전 그런 부자지간을 본 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노을이 지는 어느 날 아이는 시끌시끌 거리며 뭐가 그리도 좋은지 계속해서 쫑알거리고 아버지로 보이는 사람은 좀 조용히 있어라, 그쪽으로 가면 안 된다 하며 아이 때문에 낚시를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그때 상민도 아들을 낳으면 저렇게 한번 해 봐야지 를 가슴에 심었으니 그런데 그런 모습이 자기의 모습 이였다고 말하는 사내의 눈가는 벌써 젖어 있었다.

"그렇게 아버지는 힘든 것을 제게 보이지 않으려고 하셨고 저는 다른 또래의 아이들과 다르게 맛있는 걸 먹으러 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요즘처럼 놀이 공원에 가는 것도 아닌데 좋았습니다. 아마도 아버지의 정이 그리워서 였는지도 모릅니다."


그랬을 것이다.
상민도 어렸을 적에는 부모님과 떨어져 생활을 했으니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상민은 부모님의 이혼 이후로 줄곧 할머니 댁에서 생활을 하였고 또 고모들 틈에서 사랑을 받으며 살았기에 그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부모 정이 그리웠던 저는 반가움을 표현할 줄 몰랐습니다 아니 아버지를 닮았다고 해야 할 겁니다. 그때는 좋았는데 어느 날인가부터 두 달이 아니라 세 달 혹은 육 개월에 한번 그러다 급기야는 1년 그렇게 아버지는 절 찾는 기간이 길어졌습니다. 점점 더 내성적으로 변하던 저는 그만 친구와 싸움에서 폭행죄라는 죄명으로 소년원에 가게 되었습니다."


상민도 그랬을 것이다.
소외감에 외로움에 몸부림치고 있었을 그때엔 그랬을 것이라는 생각에 동감하였다.
상민도 중학교 다닐 때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었다.
아버지를 만날 수 있는 때는 방학 때뿐 이였기에 사고나 한번 칠까 하는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었다.

"저도 그런 적이 있었습니다 저 역시 아버지와 떨어져서 살았으니까요 일 년에 40일 정도만 함께 있을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그때는 사춘기 시절이고 하니 사고라도 치면 아버지가 달려 올 것 같았거든요"
"하하하 저 두 그랬는지 모르죠. 하지만 창살을 앞에 두고 아버지의 눈물을 봤을 때는 정말이지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을 맛봐야 했습니다."
"저 역시 그 자리에 서 있었던 당사자 있다면 그랬을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출감을 하고 나왔을 때는 여전히 저는 혼자 였습니다. 아버지는 강원도로 일하러 가시고 안 계셨고 친척 하나 없는 저는 앞이 막막했습니다"


아마도 버림받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을 것이다.
누구라도 그런 상황이라면 그렇지 않을까!


"그래서 중국집에서 배달 일을 시작했습니다. 뭐 달리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그런데 주인이라는 사람이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월급도 주질 않고 구박을 하는 것 이였어요. 제 나이 17의 일 이였을 겁니다"


회상을 하듯이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더니 계속해서 불행의 시작을 알리는 일을 이야기하였다.

"처음으로 술을 마셨습니다. 그리고 그만 둘 것이니 월급을 달라고 하였는데 다짜고짜 절 때리기 시작하는 것 이였습니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까 지친 듯이 의자에 앉은 주인은 제게 더한 수모를 안겨 주었습니다."

"먹여주고 재워 줬으면 됐지 뭐라고 이런 상노무 시끼 내가 니 놈에게 옷을 사준 게 얼만데 뭐라고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이놈이 뭘 달라고.... 돈 안 주면 그만 둔다고.... 그래 그만 둬라 이 세끼야 너 그만 둔다고 장사 못하는 것도 아니고 "


그러면서 주인은 먹다만 단무지 그릇을 던졌다.
피할 겨를도 없이 이마를 맞았고 곧이어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피를 보더니 이성을 잃은 주인은 어디서 가지고 왔는지 몽둥이를 가지고 와서는 때리기 시작했다.

"으아악...... 네가 뭔데 날 때려 그럴 권리가 어디 있다고 날 때려 이 나쁜 놈아"
"뭐라고 이 더런 놈이 죽을라고 완전히 발작을 하는구나 그래 너 오늘 한 번 죽어봐라"
계속해서 주인은 남철이를 때리기 시작했다

더 이상 참지 못한 남칠은 아니 더 이상 맞지 않으려고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하고 있었다.

"어쭈 이 쥐새끼 같은 놈 그래 언제까지 피하나 보자"


그렇게 주인은 허공에다 주먹질을 하고 있었다.
남칠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주인을 밀었다 그리고는 도망을 가려고 하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그렇게 고래고래 고함 지르던 주인은 이상하게도 조용했다.
남칠이 뒤돌아 봤을 때는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이상했다.
남칠은 주인에게 달려갔고 주인의 머리 주위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아저씨"


그렇게 아저씨를 부르고 있는데 때 마침 손님이 들어왔고 그 손님은 그 광경을 보고는 경찰에 신고를 한 것이다.
경찰은 소년원에 갔다 온 전과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남칠의 말은 듣지도 않았다.
목격자인 그 손님 말만 듣고는 그리고 나름대로의 해석만 하며 검찰에 넘기고 말았다.
그렇게 수감되고 철창을 사이에 두고 아버지를 만났다.
아무런 말없이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만 보았고 그러다 남칠의 등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둘만의 적막은 깨지고 말았다.

"남칠아 너 나오거든 그때는 우리 함께 살자 그리고 너 나오면 그때처럼 애비랑 낚시나 가자 옛날처럼..."


남칠의 아버지는 검게 그을린 피부 사이로 가늘고 깊게 파인 주름을 숨기려 고개를 숙이고 그 짧은 말을 남기고는 돌아섰다.
남칠은 큰 소리로 돌아서 가는 아버지의 등에다 아주 크게 대답을 하였다.

"네 아버지 모든 거 다 잊고 우리 그렇게 살아요"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시는 아버지는 미소를 남기고는 다시 돌아서 걸어 나가셨다.

" 그것이 아버지의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상민은 자기도 모르게 눈가에 이슬 같은 것이 맺히는 걸 느꼈다.
마치 한편의 영화와 같은 여운이 남아 눈시울을 적시게 만들었다.

"그래서 출소하는 오늘 그리고 아버지 기일인 오늘 낚시를 온 것입니다. 이것이 아버지와의 마지막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 생각해서....."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버렸다.
그의 등 뒤로 어느 듯 노을은 함께 고개 숙이며 지고 있었다.
아마도 지는 해 역시 아버지의 품인 서쪽으로 넘어가는 듯이 댓잎의 바람 타는 소리와 함께 씁쓸한 마음만 남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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