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붕어

낚시소설 붕어-붕어병장(1)

by 한천군작가


"필승"
"그려 워어디 가냐?"
"근무 올라갑니다"
"그려 수고 혀라"

상민의 고참인 김 경상 병장 이였다.
재대 말년 그야말로 떨어지는 낙엽도 피해 가야 한다는 오 대 장성 중 최고인 병장 말 호봉의 최고고참 이였다.
군대를 갔다 온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알고 있듯이 말년에는 아무것도 시키지를 않는다.
뭘 하든 신경을 쓰는 사람도 없었다.
당연히 히스테리가 포화상태였다.
어쩌면 시비라도 걸어 볼까 그런 저런 궁리만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김 병장을 좀 더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상민이 낚시를 가르치려 하였다.
그런데 그놈의 오 대 장성은 허구 헌 날 PX에서 방위병 못 살게 굴기, 사병식당에서 짬장 괴롭히기, 대대장 따가리 라면 뺏어 먹기 등 가히 놀부가 따로 없었다.

"김 경상 병장 님"
"뭐시냐?
"지루하시죠"
"그려 나가 시방 따분 혀서 연방 뒤지 겄어야"
"하하"
"근디"
"혹시 낚시할 줄 아십니까?"
"낚시야.. 아 그 거이 나의 전공 아니 간디"
"그렇습니까"

김 병장이 그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
그리고 낚시를 좋아한다는 말은 자대에 와서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누군가 낚시 이야길 하면 조용히 해라는 둥 나가서 이야기하라는 둥 이런 식 이였었는데 의외의 말을 하니 긴가민가하였다.

"정마 낚시 잘하십니까"
"흐미 염병할 놈 나가 시방 너한티 거짓부렁 하겄냐 낼 모래면 집이 가는데"
"하하하 거짓말이라뇨 하두 의외의 말씀을 하시니까 놀라워서 그러죠"

정말 이였다.
설마 그럴라고 하는 식의 의문이 자꾸 생겼다
급기야 상민은 그 낚시 실력을 알아 보려 했다.

"그럼 어떤 낚시를 주로 하십니까?"
"낚시가 다 그렇지 뭐 거시기 워떤 것이라고는 말 못허고....."

이거 이거 완전히 초짜였다.
말끝을 잘라먹는 폼이 그랬다.
그래 이번 기회에 그렇게 괴롭히던 이놈을 골탕을 한번 먹이자는 맘에 상민은 싹싹 빌기 시작했다.

"제가 낚시를 배우고 싶은데 한 수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려 배운다는 것은 좋은 거시여 거시기 헌담은 내가 거시기 하제"

거시기가 어쩐다고?
하긴 유난히 사투리를 많이 쓴다는 이유로 고참들에게 많이도 맏았다고 하더니 여전히 사투리를 많이 쓴다.
하긴 저 구수한 남도 사투리가 또 얼마나 정겹게 느껴지는가.
자기 것을 잊지 않는 저 정신 높이 사야지..
그러면서 상민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아야만 했다.

"아그야 나가 말이여 월남붕어를 월매나 실한 놈을 잡았는지 모를 거이다"

월남붕어란다.
그런 놈이 있었나.
전라도에는 월남붕어가 있는 갑 다는 생각을 할래야 할 수가 없었다.
웃음을 꾹 참으면서 상민이 말했다.

"월남붕어요?"
"그려 월남붕어 하긴 넌 초보니께 모를 것이다"
"그런 고기도 있습니까?"
"암만 그것이 월매나 심이 좋은 놈인디"
"그럼 군에 와서도 낚시를 하셨습니까?"

상민은 주임상사, 인사계, 그리고 대대장과 매주 낚시를 하였는데 그것을 김 병장은 모르고 있었던가보다.
아마 지금 자기가 얼마나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는지 모를 것이다.

"그럼 요즘도 나가 한 번씩 그 월남붕어를 잡으러 간다니께"
"그래요"
"이 잡것이 시방 나가 거시기 헌단 말이여"
"아닙니다 그런 뜻이..."
"그람 시방부터 나를 따라 와 봐야 나가 그 월남붕어를 잡아서 보여 줄라니께"

그렇게 김 병장과 상민은 사병식당 뒤에 있는 개구멍으로 나가 작은 수로로 낚시를 갔다.
그곳에는 김 병장이 쓰는 낚싯대로 보이는 대나무가 하나 있었고 그 옆으로는 호미도 하나 보였다.

"저건 어디다 쓰는 겁니까"
"으응 쩌기 찌그러져 있는 호미 말이여 저것이 거시 잡는 호미 아닌가베"
"거... 시 라니요?

진짜 사투리는 못 알아듣는 말이 많아서 골치가 아팠다

"그려 거시이 거시이 모르냐?"
"네"
"지랭이 말이여 지랭이"
"하하하 지렁이가 사투리로 거시입니까"

그랬다 상민이 처음 자대에 왔을 때 한 동안 적응을 못하고 살았다
그 사투리 때문에 그랬다.
저기 가서 당가 좀 가져와라, 수군푸 가져와라,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생소한 단어들이 상민을 괴롭혔었다
그런데 지렁이가 잘 먹히는 것인가 보다 이곳은...

"지렁이로 잡는 겁니까"
"그려 지렁이가 만물박사여 안 잡히는 것이 없어야"

하긴 지렁이로 안 잡히는 고기가 없었으니 만물은 만물이다.
하지만 떡밥 낚시에 잘 길들여진 상민에게는 생 미끼는 별로라는 생각 이였는데 그런데 황당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찌로 쓰고 있는 것이 가만 저게 뭔가?
김 병장이 쓰고 있는 찌가 예사롭지가 않았다.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아그야 뭐시 그라고 우습냐?"
"아니 김 경상 병장님 그게 뭔 찝니까?"
"이거야.... 내가 맹근 자작 찌 아니냐"

자작 찌라니 나무 젓가락으로 만든 것이 자작 찌라면 상민은 수도 없이 만들었을 것이다 그 자작 찌라는 것을...

"그거 나무 젓가락 아닙니까?"
"그려 나무 젓가락이제 근지 뭐가 잘못된 것이여?"

살며시 웃으며 상민이 대답을 했다.

"잘 못되다니요 아닙니다 뭘로 든 고기만 잡으면 되는 거 아닙니까"
"그제이 괴기만 잡으면 고거이 최고지라이 허허허"

너무도 천진 난만한 모습 이였다.
그렇게도 사병들을 괴롭히던 김 병장에게 저런 면이 있었다니 하고는 슬며시 김 병장의 낚시를 관전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묻지도 않았는데 김 병장은 자기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상민아 나가 말이여 자대에 와분께 시방의 나처럼 말이여 제대 말년이 한 명 있었는디 하하하 그 썩을 놈의 병장이 그 뭐시냐 신고식 헌담서 그라지 뭐이냐."
"너 이름이 뭐냐?"
"네 이병 김 경상입니다"
"집도 경상도냐?"
"아닙니다 전라도 해남입니다"
"뭐 해남"
"네 그렇습니다"
"박아.."
"네.. 에"
"박으라고 한국 놈이 한국말도 못 알아듣나 박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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