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머리를 박았는디 아따 그 썩을 놈이 그라더만."
"내가 이병 때 해남이 고향이라던 고참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괴롭히더군 이리 가면 저리 가라 저리 가면 이리오라고 그러면서 사람 피를 말리더니 내가 제대하기 전에 하늘이 제대 선물로 널 보냈구나 해남 해남..."
아니 그게 말이나 되는 것이냐 나가 뭔 죄가 있간디 나가 뭐 해남서 태어 날라고 태어난 것이여 뭐여 그란디 거시기 혀서 날 거시기 헌 것이 나를 악의 소굴로 밀어 넣어 부렇지.
그랬던 것이다
그 한순간의 기억이 제대를 앞둔 오늘까지 그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그렇게 후임 병들을 그렇게도 괴롭혔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때 감 병장이 이쁜 붕어를 끌어냈다.
"워미 이거시 뭐시냐 붕애 아녀"
"대단하십니다. 씨알이 장난이 아닌데요"
"그러지.. 이 나가 머시라 그랬냐 이거시 만물이라고... 허허허"
그런데 어떻게 저런 채비로 붕어를 낚았을까?
대나무 낚싯대에 빨랫줄을 풀어서 그중 한 가닥을 묶어 사용하고 바늘은 아무리 봐도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 바늘 이였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그 바늘은 군용 바늘을 구부려서 만들었다고 그랬다.
무슨 자기가 로빈슨쿠르소도 아니고 뭐야 저게 더 우스운 건 자작 찌라고 그렇게 자랑을 하던 찌다 나무 젓가락을 칼로 다듬어서 줄에다 묶어 둔 것이 그의 낚싯대와 채비였다.
누구든 이 채비를 봤다면 아마도 졸도를 했을 것이다.
아니 고인돌에서 나온 석기시대 유물로 알 것이다.
그런데 벌써 몇 마리를 낚아내고 있는 것인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의 연속이다 마치 만화의 한 장면 같은 - 그랬다.
그런데 더 우스운 건 낚시를 시작한 것이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였단다.
그런데 저런 채비로 낚시를?
"아그야 나가 말이여 이 낚시를 언제부터 시작 헌 줄 알먼 미칠 것이다."
"언제부터 하셨는데요"
"나가 초등학교 2학년때니께 머시냐 거시기 어 조립식 낚시라고 들어봤냐.. 아?"
조립식 낚시 그랬다 예전에는 작은 봉지에 낚싯줄과 찌 바늘이 들어있었던 낚시가 있었다.
그것을 낚싯대에 묶어서 쓰면 되는 것이 조립식 낚시였다.
경상도에서는 삐뽕 낚시라고도 하였다.
"네에 저두 그 낚시를 해 봤었습니다"
"그레야 흐미 울 아그도 많이 삭았구마이.."
"하하하 삭다니요?"
"나이를 묵었다는 말잉께 신경 꺼불어라 그랑께 뭐시냐 그 조립식 낚시를 친구 놈이랑 둘이서 합자해서 하나 장만을 했어야 그랑께 공동의 제산이었제 "
"하하하 그걸 두 분이서 구입을 했어요 그럼 서로 낚시하려고 싸우지는 않았습니까?"
"하하하 싸우긴 나가 동네 짱이였응께 나가 항상 먼저였지"
"네 에"
"우리는 수업이 마치기만 지달렸다가 거시를 한통 잡아 설라무네 괴기를 잡으러 가곤 했었제"
"그러셨어요"
"응 근디 어느 날인가 나가 물에 빠져 되질뻔 했었지 머이냐"
"아니 왜요?"
"흐미 이넘 눈빛이 보낼 수 있었는데 그런 문치구만"
"하하하"
"그란디 워쩌냐 이 썩을 놈아 나가 이렇게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니 앞에 있어서 하하하"
"하하하 그런데 어쩌다 그러셨어요?"
"긍께 나가 시방 말을 할라고 안 허냐 성질이 그리고 급혀서 으짜쓰것냐..그날도 학교를 파하고 며칠 전부터 봐 뒀던 두엄자리에서 거시를 잡아설 라무네 낚시를 하러 갔었지 그란디 낚시를 월매나 했을까이 찌가 누워 있는 것이 아니여 그려서 나가 워매 수심이 않맏는가비네 그람시롱 낚싯대를 들었는디 이것이 괴기였던 것이여 나를 확 잡아 끄는디 나가 뭔 힘이 있간디 그냥 물에 빠져 불었지 그란디 친구란 놈이 나를 잡아야 할 것인디 낚싯대를 잡아서는 벌떡 일어나 불더라고 흐미 나는 내 키보다 집은 곳이라 허우적 대고 있는디 마리여 나가 월매나 물을 많이 묵었는지 시방도 물을 싫어하고 산다니께로 너두 알 것이다 나가 밥 묵고도 물을 안 묵는 것을 허허허 그란디 그 씁새가 워째 그랗게도 거시기 한지 하나뿐인 친구를 살려야 할 것인디 그 자리에서 빳빳이 얼어붙었지 뭐시냐 다행에 동내 이장님이 지나갔기에 망정이지 아무도 지나가지 않았다면 참말로 험한 꼴 당헐뻔 했어야"
"그래서요?"
"허허허 그놈 허벌라게도 지랄이네 지달리면 알아서 할라고 "
침을 삼키고 호흡을 가다듬더니 계속 말을 이어갔다.
"이장님이 나를 끌어내고는 배를 누르고 인공호흡을 시켜서 물을 토하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 썩을 넘이 나 보고 그라더만 "
"상경아 이 쓰벌넘아 이 고기 니가 잡은 것인디 이 것을 놓고 그라면 나는 워쩌라고 "
"하하하 그 넘이 나에 가슴을 울려 불더만 그 한마디로 말이여"
"하하하 그래서 두 분 아직도 우정이 변함이 없는 건지요?"
"아녀 그 넘은 날 배신 땡겨불고 장가를 가 불었어"
"아니 나이가 얼만데 장가를 벌써 가요?"
"그 싸가지 없는 것이 낚싯대도 지가 뺏어가더니 나의 첫사랑도 지가 먼저 쓱싹하더만 영임이를 임신을 시켜불고 영임이 아부지가 그놈 쥑인다고 발바리 뛰고 난리더만 그래고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는갑더만 둘이 결혼하라고 쯥 그렇게 장가를 가 불었지 뭐시냐 그 싸가지 없는 놈을 친구라고야... 허미 또 뒷골이 땡겨불구마이.... 흐미 나가 침만 발라놓고 홍시 맹글어서 그 씁새 줬다니께 으미 미쳐불겄는거..."
그런 사연이 있었을 줄이야.
그런데 어떻게 이야기를 하면서도 붕어가 자꾸만 올라오는지 모를 일 이였다.
"흐미 이 놈이 심이 장사더만 나가 그럴줄 알았제"
"아니 뭔데요?"
"아그야 나가 말했을 거시여 월남붕어라고 이놈이 바로 월남붕어란 놈이여"
" 이놈이 말입니까"
그 문제의 월남 붕어는 다름 아닌 블루길 이였다.
아니 블루길을 월남붕어라니 이게 뭔 말인가
그런데 더 우스운 것은 자기도 군에 와서 처음 봤는데 예전 고참이 월남붕어라고 하니 그런 줄 알았단다. 그 고참이 참 고마운 사람이라며 그 고참을 자랑했다.
그렇다고 지금 상민이 이건 블루길이라는 외래 어종이라고 말한 들 무엇하겠는가
그러고 싶지 않았다.
다만 김 병장이 그렇게 알고 있으면 그놈은 복두 많게 붕어라는 것이다 그도 다름 아닌 월남붕어라는 이름으로 기억되길 바라는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궁금한 것이 하나 있었다.
어떻게 이렇게 잘 낚아 내는 것일까?
물보다 고기가 더 많은 것인가?
하지만 알고 싶지 않았다.
왠지 그 만의 채비요 그만의 노하우라고 믿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기회로 말년인 김 경상 병장과의 짧지만 고마운 시간을 가질 수 있어 고마웠다.
"아그야 나가 낚시에 대해서 한 수 전수를 혔응께 휴가 나오거들랑 나 한티 들러서 씁은 쐬주 한잔 사야 한다이...잉"
"네 에 소주가 문젭니까 저하고 해남에서 바다 낚시도 한번 하셔 야지요"
"하하하하"
"하하하하"
김 병장 골탕 먹이려다가 사부를 한 분 얻은 기분으로 돌아섰다
노을은 사병식당을 덮어 버렸고 보람찬 하루 일을 마친 사병들의 행렬에 식기가 반짝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