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를 마시며

by 한천군작가

조각 구름 한 술 떠 담고

미끄러지는 산모롱이 바람에

날려오는 솔가지 한 움큼

주전자 가득 수증기 솟을 때

지나온 여정이 녹아 흐르고

내 잃어버린 시간도 눈 녹던

지난해 봄처럼 녹고 있다.


수각의 물 조롱조롱 흐르고

산 가지 잡고 떨고 있는 솔바람

흐리지 못해 잠들어 버린

저 북녘 땅의 한 담아둔 주전자

차와 함께 끓고 있는데

오십 년 지난 세월이 바람을 타고

삑삑 소리 지르며 차가 끓고 있다


한가로운 산사의 아침

향기 젖은 안개 빛 수증기가

주전자 목까지 차 올라

道伴(도반)과 함께 솟구쳐 오르는데

향수에 젖은 나날이여

두고 온 내 삶이여

한잔 부은 찻잔에 젖어드는 한가로움이여


한가로움 벗을 삼아

아침 마실을 나서는 장끼의 날개에

북녘 땅은 그대로 있는데

그대 고향 하늘도 그대로인데

봄빛처럼 단아한 깊이가

찻잔에 어리는 단상에 젖어

한 삭히는 낙엽이 간절하다.



몇 번을 덕어 바스락거리게 덕고 더운 물로 우려 내리면 그 향에 한번 취하고 그 빛깔에 또 한번 취하여

하루를 잊을 수 있어 자주 마시긴 하지만 그 이후에 다가오는 잔상에 다시 한번 더 취하기도 한다.

그래서 차를 마시지 않을까?

입김이 나오기 시작하는 이 계절 누군가와 향긋한 차 한잔으로 피로를 풀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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