愛假有(애가유)

by 한천군작가



소슬바람 댓닢에
혼을 잡아 술 한잔 하 자네
가위로 자르지 못한
질긴 인연이여 한잔 받으소
길긴 옷으로
칭칭 동여맨 모습이 안주로구나

이리 살아 무엇하려
고개 숙인 지난 해바라기
한 잎 따 흘려버린 꽃잎은
눈물 되어 바람 되니
남강 밤바람에
울고 있는 가을비 댓잎이로구나

의암은 바람도 싫다 않고
촉석루는 비마저 싫다 않으니
옛 가락이야 흘러가면 그만인데
이내 맘은 흐르질 않으니
가신 님 가라 하고
변하지 않는 마음 기다림에 젖어
꽃으로 살아
강물로 살아
물밑 가슴에 담아 만지지 못하게 흘러가리라


진주성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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