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붕어

낚시 소설 붕어-야생화

by 한천군작가

밤꽃이 사내의 은밀한 내음을 토해내고 잔상으로 남아 있는 아침 안개는 저수지를 마셔버릴 듯이 그렇게 바람과 함께 일렁이는 아지랑이 아침 그 아침을 만나기 위해 새벽을 가르며 달려온 곳엔 물안개로 멱감은 야생화가 사진 속 풍경을 자아내듯 또 하나의 아침을 만들고 밤낚시를 한 듯한 사내들의 하품으로 맞이하는 아침에도 분주함이 일렁이고 있었다.

5월을 반 남겨놓은 어느 한적한 주말 새벽 상민은 안개 터널을 지나 그렇게 열심히 달렸다

그리고 도착한 곳 언제나 마음 따뜻함을 느끼고 그저 바라보기만 하여도 좋은 물이 있어 좋은 그런 곳에서 야생화를 피해 자리를 잡았다.




풀 섶에 피어오른 물안개 사이로 노란 꽃이 상민을 반기고 작은 제비꽃 보라로 물들었는데 그것마저 놓일까 한 참을 감상하고는 낚싯대를 펼쳤다.

“아이쿠”

바로 옆에서 낚시를 하던 한 사내의 비명 이였다.

상민은 반사적으로 시선을 사내에게 두고 바라만 보는데 사내는 뭔가를 피하려다 미끄러진 모양 이였다.

“아이고 문디 꽃 한 송이 안 밟을라 카다가 내 궁디가 남아나도 안 하겠네”

피식 웃음이 나왔다.

걸걸한 목소리의 사내가 내지른 한 마디에 상민은 미소를 지었다.

전날 밤낚시를 하며 어둠 속에서 치우지 못했던 쓰레기를 모으다 발 밑에서 곁눈질하던 작은 야생화를 피하다 미끄러진 모양 이였다.

“어디 다치진 안았습니까?”

상민이 미소를 지으며 던진 말 이였다.

대답을 기다리고 한 말도 아니었다 단지 인사치레로 한 말 이였는데 사내는 상민이 앉은 쪽으로다가 오며 인사를 한다.

“아이고 그리 심한 건 아니라예 혼잡니꺼?”

“네 에”

“옛날 어느 어르신의 말이 생각이 나서 내도 모르게 발을 다른 곳으로 놓는다는기 그만 헛디뎌서 미끄러졌다 아입니꺼”

“하하하 뭘 피하다 그러셨는데요 혹시 찌라도 흘렸습니까?”

“어데 예 작은 꽃이 있어 그거 안 밟을라꼬 하다 미끄러졌다 아입니까”

그랬다 작은 꽃 하나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그랬다는 그 사내가 왠지 멋있어 보였다.

“예전에 어느 어르신이 그라데예 풀 한 포기에도 그 나름대로의 살아가는 방식이 있는데 그것을 무시하고 아무렇게나 밟고 다니모 나중에는 삭막한 낚시가 델끼라꼬 그라데예 그 담부터는 풀 한 포기 작은 꽃 한 송이도 절대 안 밟을라꼬 얼매나 노력하는데예”

상민은 갑자기 존경스럽기까지 한 그 사내가 멋있어 보였다.

“만약에 예 낚시하러 이런 저수지에 왔는데 풀도 한 포기 엄꼬 꽃도 하나 없다모 얼마나 삭막하겠능교 안 그래요 그래서 내는 내가 피해 다니다 많이 다칩니더”

그렇다 낚시터에 흙과 자갈만 있다면 고기가 아무리 많아도 삭막할 것이다.

“아따 마 미치겠네 저번 주에 미그러지가꼬 멍이 궁디에 시퍼런데 가라안기도 전에 이래가꼬 쩝 아마 나중에는 원숭이 궁디 될 끼고마 예 하하하”

“하하하”




입질이 없었다.

그래서일까 상민은 자꾸만 옆에 있는 조사 님에게 시선이 가는 것 이였다.

그런데 뭐가 저리도 바쁜 것일까?

혼자서 이리저리 다니며 열심히 뭔가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혹시 나물이라도 캐고 있는 것일까?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모르겠단 말이야”

머리를 갸우뚱거리며 시선을 옮기지 못하는데 그 조사는 다시 뭔가를 주워 담았고 또 발을 조심스레 옮겨가며 뭔가를 줍고 있었다.

상민은 입질도 없고 해서 그 조사에게로 다가갔다.

“뭘 그렇게 줍고 있습니까?”

“아... 아무것도 아이라예”

상민은 사내가 줍고 있는 것이 뭔지 들여다보았다.

담배꽁초를 줍고 있었다.

상민은 아름다운 모습을 또 보게 되어 기뻤다.

언제부턴가 상민은 휴대용 재떨이를 가지고 다닌다.

그런데 사내가 상민에게 말을 걸어온다.

“보이소 젊은 양반 담배는 피우고 꽁초는 주머니에 넣어 가이소”

그러면서 맑은 미소를 보였다.

상민은 휴대용 재떨이를 들어 보이며 미소를 보냈다.

“전 여기다 넣어 가는데요”

“하이고 그거 대끼리네요 낚싯빵에 가모 파능교?”

“네 요즘은 이런 걸 다 팔더라고요 아주 실용적이던데 하나쯤 가지고 다닐만하죠 하하하”

“하이고 진짜 좋네 내도 그거 하나 장만해야겠네”

“그러게요 이런 거 하나 씩만 가지고 다녀도 아저씨처럼 그렇게 꽁초 주우러 다니지 않아도 되는데...”

“그렇지예 내도 그 생각이라예 나는 그런기 엄써서 이래 깡통을 하나 가지고 다닌다 아입니꺼”

그가 보여준 것은 작은 통조림 깡통 이였다.

그는 그렇게 자기가 피운 꽁초를 깡통에 넣어 두었다가 돌아가는 길에 쓰레기와 함께 쓰레기 봉지에 담아간다고 한다.

이런 마음으로 낚시를 다닌다면 어느 낚시터를 가도 좋은 하루를 보내고 올 수 있을 것이다.

“보이소 아재 입질 왔는데 어서 띠 가보이소”

상민은 달려가 낚싯대를 들어 올렸다.

6치 정도의 이쁜 붕어가 올라왔다.

상민은 옆에 있는 그를 보며 붕어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상민의 뒤로 노을이 지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상민은 진정 야생화를 닮은 이를 만났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상민도 야생화처럼 그렇게 자연을 사랑하리라 다짐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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