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천군작가 Feb 29. 2016

봄에 피는 바다   

선을 가로로 치고

바다는 둘이 된다     


그 넘어

떠오르는 태양

어둠을 밀어내고


남은 잔영 속의

불빛들이

고물고물 기어간다     


엷은 海霧

비집고 빠져나온 햇발

싱그러운 바다 내음

봄꽃이 된다



벌써 제비꽃을 찾아 벌판을  이리저리  두리번거리고 싶은 심정이다.

이처럼 따스한 날이면 그렇다.

봄은 무엇으로 오는지 내 시선이 멈추는 곳이 모두 봄인데 뭘 그리 고민을 하는지 모르겠다.

철학자도 아니면서 봄 그 자체를 즐기면 그만인데 왜 무거운 명제를 가지고 나는 묻는지 의문이다.

그리고 새로이 시작하는 모든 잠들어 있던 봄을 깨우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는 훈풍에 감사하며 

봄에게 살며시 손을 내밀어 본다.

겨우내 담벼락에 붙어 조금의 따스함을 느끼며 바스락 고리던 담쟁이도 색이 변하려 하고 앙상하기만 했던 가로수들이 어느 듯 담녹색을 띠기 시작한다.

출근길 터벅거리던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그런 일상에서도 나는 봄을 만나고 있다니 얼마나 좋은가.


벌써 화원에는 묵은 겨울이 가고 생김치 같은 아삭함의 봄이 피어있다.

작은 잎 단아한 풍란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수다를 떨고 수선화가 고개를 치켜들고 서로 이쁘다고 쫑알거린다.

이래서 봄이다.

어딜 가나 노고지리의 지지배배처럼 꽃들의 떠드는 소리가 들리니 행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제비꽃을 좋아하고 제주에서 보았던 국수나무 하얀 꽃을 좋아한다.

제비꽃의 소담하면서 아름다움에 그리고 그 보랏빛의 신비로움이 너무 좋다. 들에 나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꽃이지만 딱 요맘때만 볼 수 있으니 얼마나 귀한 꽃인가.

그리고 국수나무 하얀 꽃은 마치 소국을 닮은 듯 하기도 찔레꽃을 닮은  듯하기도 하다.

하지만 내게는 바다를 품고 있으며 햇살을 너무도 사랑하는 꽃으로  기억되어 있다.

오늘  퇴근길에는 작은 화분 하나에 수선화 곱게 심어봐야겠다.

그리고 쉬는 날엔 가까운 곳으로 봄 마중을 나가 봐야겠다.

봄.

그래 봄이니까.

작가의 이전글 물수제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