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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Mar 04. 2016

봄에는 봄비가 내린다.

 마지막

 그리고 시작     

 

 젖은 듯

 적시는 듯

 모두 잊고 싶다.     


 시작 

 그리고 다음     

 

 적셔오는 것으로

 채워 나가는 것으로

 가슴 따뜻한 것     

 

 3월

 그리고.....     


 우산 없이 서있는 

 그림자 

 고개 숙인 가로등만큼만     

 

 그만큼만

 그만큼만으로

 기억할 수 있는 것     

 

 아지랑이 쌍꺼풀로

 두 눈 질끈 감은

 대지의 어머니여



보리죽을 떠먹든 맛있는 빵을 먹든
누더기를 걸치든 보석을 휘감든
사랑하는 능력이 살아있는 한
세상은 순수한 영혼의 화음을 울렸고
언제나 좋은 세상 옳은 세상이었다네
-Hermann Hesse-

비 오는 날에 하필이면 헤세의 글이 떠 오른 것일까?

우리는 살아가면서 하나 같이 사랑이라는 것을 하며 살아가는데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그 사랑을 느끼기도, 느끼지 못하기도 하는 것일까?

유독 남녀 간의 사랑만이 사랑을 하고 있다고 느끼는지 모를 일이다.


봄에는 봄비가 내린다.

그랬다.

늘 새로운 봄이 오면 봄비가 내렸다.

시작을 알리기라도 하는 듯이...

여름은 여름 비라고 하지 않는다. 왜일까?

여름엔 쓸어버리기라도 할 요량으로 굵고 강한 장맛비가 내리기 때문일 것이다.

가슴에 뭔가를 담을 겨를도 없이 씻어 버리기 때문에...

가을에는 이름도 예쁜 가을비라고 말을 한다.

아마도 곱게 물든 낙엽을 어루만지는 비라서 좋아하라고 그런지도 모른다.

겨울엔 겨울비가 내린다.


오늘은 무념무상의 봄비가 내리고 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을 정도로 소담스러운 봄비가 내린다.

어떤 예쁜 이름을 지어줄까 저기 저 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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