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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Mar 05. 2016

그리운 꽃의 書 - 매화

                  

매화 봄이요
떨어진 꽃잎도 봄인데
먼 곳에 가신 이
생각하다 주운 꽃잎
그대에게 부치고 싶다

바람이 물어준
그대 그리움은
은행열매처럼 붉은데
내 서있는 봄에는
까마귀 날개 빛이구나

비췻빛 바다여
속앓이 하는 산이여
계절은 쉼 없는데
작년에 피었던 매화
올해도 피었구나

나 혼자 보고 있지만...



꽃말 : 인내, 고결한 마음, 기품, 품격.         


그 고결함이 너무도 좋아 옛 선인들의 묵화 속에서도 피었고, 가녀린 여인내의 향기로도 묘사를 했었던 꽃

그 꽃이 필 때면 진정 봄이 마실을 나온다고 믿었다. 그리고 바람 역시 호호 불어 따뜻한 입김으로 불어주니

꼬까옷 입은 아이처럼 아장아장 걸음으로 봄이 마실을 나왔다.


뜰을 거닐고 있노라니 달이 사람을 쫒아오네

매화꽃 언저리를 몇 번이나 돌았던고

밤 갚도록 오래 앉자 일어나기를 잊었더니

옷 가득 향기 스미고 달그림자 몸에 닿네


퇴계 이황 선생의 시조다.

향기가 스치고 달의 그림자가 몸에 닿는다는 말이 저 꽃을 더욱 빛나게 만들고 있다.

올봄에는 나도 꽃 마실을 나 가거든 그 아름다움을 눈에 담고, 가슴으로 향기를 느끼며, 수첩 속에 담아야겠다.

나에게 매화는 언제나 그리움이니까.

아마도 그리움의 글이 수묵화처럼 번져 묵향을 일깨우지 않을까.


봄은 그 자체로도 우리를 포근하게 감싸 안는다.

한결 가벼워진 옷차림으로 안개가 자욱한 길을 걸어서 출근하는 날

걷다 잠시 멈춰 무학산 자락을 보기도 하고 또 몇 발작 걷지 못하고 안개 사이로 부스스한 눈매로 고개 떨구는

구름 섞인 하늘이 좋다.


비록 매화를 좋아하여도 그 시기에 피는 꽃을 좋아하는 것인 것처럼 늘 가슴에 두고 있지를 못한다.

삶이 그렇지 않은가. 담아두기만 하는 것이 우리 生이 아닌가 말이다.

봄 역시 그렇고, 매화 역시 그렇다. 하지만 내게는 새로운 습관이 생겨 버렸다.

生과 死를 넘나들었던 지나간 시간이 내게 모든 것을 새롭게 볼 수 있는 눈을 만들어 주었다.

나는 이번에 만나는 매화가 새롭다. 올해 처음 만나는 매화이기에 그렇다.

그리고 이 3월도 마흔일곱의 첫 만남인 3월이니까 더욱 그렇다.

하지만 간간이  우본 조희룡 선생처럼  偏僻(편벽)을 가지고 싶을 때도 더러 있다.

너무도 아까운 이 봄을 두고두고 보고 싶어 그런지도 모르겠다.

石友忘年錄(석우망년록)에서 그가 말한 것처럼은 아닐지라도 매화차를 마시며 이 봄을 향기 나게 만들고 싶다.


                                                                                                     

나는 매화에 대한 편벽이 있다.
스스로 매화 병풍을 그려 침실에 두르고,
벼루는 매화시경연(梅花詩境硯)을 사용하고
먹은 매화서옥장연(梅花書屋藏烟)을 사용한다.
매화백영(梅花百詠)을 본떠 시를 짓고
내가 거처하는 곳을 매화백영루라 편액을 단 것은
매화를 사랑하는 내 뜻에 흔쾌히 마땅한 것이지 갑자기 이룬 것이 아니다.
시를 읊다가 목이 타면 매화 편차를 달여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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