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눈 겨울비

by 한천군작가

포근함으로 감싸 안은

내 고향

산허리 부여안고

봄처녀 되었는데

여전히

갈 수 없는 곳

꽃은 피었는데

봄은 꽃잎으로 말하는데

내 고향

앞마당은

여전히 봄눈이 내린다.



가끔은 실향민들의 마음으로 그곳을 바라본다.

내 고향...

참 향기로운 이 단어가 왜 그들에게는 그렇게 슬픈 단어일까.

버킷리스트란 책에 50대 남자의 소원 중 하나가 북에 있는 그의 아버지 집에 가 보는 것이란다.

집 뜰에 있는 감나무 아래에 아버지의 일기를 묻어 두었다는, 이제는 유언이 되어버린 그 일기장을 꼭 읽어 보고 싶다고...

어떤 이들은 내 고향 어디에는 지금쯤 무슨 꽃이 피고 동네 아이들과 무엇을 하며 뛰놀던 그때가 그립다는 말들을 한다.

그래서 나는 가끔 저기 저 땅을 바라보며 그들의 마음으로 풍경을 가슴에 담을 때가 많다.

어쩌면 내 글들의 주제로 많이 사용되는 것 역시 이 나라 사람이라 그럴 것이다.

어떤 낚시꾼이 내게 통일이 되면 뭐 하고 싶으십니까 라고 물었을 때 나는 웃으며 단 일초도 머뭇거리지 않고 그에게 이렇게 말을 했다.

"대동강에서 낚시를 한번 해 볼 겁니다"라고...

비단 낚시꾼이라서가 아니다.

옛사람들이 느꼈을 그것을 나도 느끼고 싶어서다.

꼭 그렇게 하고 싶다.

그런 날이 온다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실향민들이 있을 것이다.

추억이라는 것을 다시 떠 올리며 그곳에서 옛 친구들과 함께...

그래서 나는 이 봄이 좋다.

비록 봄눈이 그들의 아픔을 덮지는 못할지라도 질긴 생명력으로 그 속에서 꽃이 피는 것을 볼 수 있으니까.

그래서 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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