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자리의 꽃송이

by 한천군작가

긴 호흡 가다듬고

한 타래 풀어놓으면

무궁화 붉은 선혈이 흐르고

남기지 않고 들뜬 구름은

황금 그림자 그린다.


졸졸 흐르는 소리에

묻어나는 먼 산하의

짧은 비명 종소리에

적막한 휴전선은 아침이 되고

낯익은 자리로 꽃이 핀다.


멈춘 듯 서서 조는

나무의 어깨로

또 하나의 타래를 풀어

꽃인양 웃어넘기는

작은 눈물이 155마일을 따라 흐른다.



여행 중에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슬퍼하기도 혹은 기뻐하기도 한다.

유독 강원도 철원 쪽 여행을 하면 왜 그리도 가슴이 아린지 모르겠다.

막연한 그리움이 있는 것도 아닌데...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그리움에 잠 못 이룬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분단이라는 것이 어떤 이유로도 용서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눈물에 아파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군생활을 강원도 철원서 했기에 그 하늘 아래를 잘 안다고 느끼지만 그도 그렇지가 않다.

눈에 보이는 것과 느끼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곳에 어머니 그저 계시니
집 나간 아들 기다려
백세까지도 살아계시니
넘지 못하는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언제나 서 계시는 어머니를

김규동 님의 대신할게요 어머니 중

그거 그리움일까?

아닐 것이다. 아마도 가슴속 깊이에 자리한 한 일 것이다.

나는 안다 라고 말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들보다 더 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다음 세대에서는 잊고 살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그래서 더 슬픈 것이다.

어쩌면 이 봄 어떤 꽃이 피어도 고향에서 피는 꽃 보다 더 아름다울까.

어쩌면 이 봄 어떤 따사로움이 고향의 훈풍에 비할까.

그저 그곳이 있다.

막연한 그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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