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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Mar 22. 2016

그리운 꽃의 書 -7- 제비꽃

작아서

보이지 않아


지나쳐 버리던 작은 풀꽃에게서

새벽을 찾았습니다.


이른 새벽

당신께 보냅니다

상할까 여린 꽃이


비닐에 감싸 드립니다.


보라 꽃

작은 다섯 잎에

슬픔일까요

아침은 울고 있습니다


이른

아침

당신이 받아 들 때엔

아침의 눈물이

밝은 이슬이 되어 전해지겠지요


작아서

볼 수 없었던


작은 들꽃 하나가

하루를 쫓아갑니다.


꽃말 - 순진한 사랑

4~5월에 피는 꽃인데 요즘은 시절을 잊은 듯 빨리도 피어있었다.

우리 집 앞마당에는 제비꽃이 많이 핀다. 이 꽃이 필 때면 집엘 자주 들리곤 한다.

그러면 어머님께서 "지 좋아하는 꽃 피니 들방거리 찾아오는구먼" 하신다.

언제부터였는지는 기억도 없다. 왜 좋아하는지도...

그냥 좋아하는 꽃이다.

군대생활 중 위문편지에 답장을 했는데 답장에 답장이 오고 또 그렇게 오랜 시간 편지를 주고받았던 소녀가 있었다. 옥천에서 학교를 다니던 소녀도 봄엔 제비꽃을 코팅해서 편지 속에 곱게 넣어 보내 주었던 - 고마운 편지를 받은 적도 있다.

지금은 아이 엄마가 되어있겠지만 그 시절에도 좋아했던걸 보면 오래된 듯하다.

내가 이 꽃을 좋아하기 시작한 것이.

(알록제비꽃 , 둥든 털 제비꽃)

제비꽃의 종류가 이렇게 많다는 것도 그 소녀 덕에 알았다.

내가 알고 있던 제비꽃은 고작 두 가지였는데-그냥 들에 피는 보랏빛 제비꽃과 흰 제비꽃이 다 였는데 이렇게 많은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래 장미도 노랗고 빨갛고 하더니 너도 그렇게 여럿의 가족을 가졌구나 했었다.

(고깔제비꽃, 흰 젖 제비꽃)

나는 보라색 제비꽃을 유독 좋아한다.

왠지 들판에 홀로 선 모습이 왠지 슬퍼 보였기 때문일까?

아니면 바람에 고개를 도리도리 하는 모습에 누굴 기다리는가 보다 하며 너도 그리움이 참 많구나 하였다.

할머님의 영향을 받은 것일까 나는 꽃을 참 좋아한다.

어질 적 할머니네는 화단에는 철마다 다른 꽃이 피었고, 마루에는 갖가지 선인장들과 키가 크고 작은 나무들이 많았다. 겨울이 오면 주말엔 도망을 다녔다. 비닐로 나무들을 덮어주는 작업이 종일 일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내가 하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질 수밖에...

(호 제비꽃, 졸 방제비 꽃)

저는 제비꽃이 천사들이 별빛에 비치도록 하늘에 싹둑 작은 구멍 낼 때
떨어진 하늘 쪼가리라고 생각해
에이번리의 앤 중에서

앤은 제비꽃을 참 재미있게 표현을 했다.

어쩌면 천사를 동경했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앤 처럼 그런 맘으로 제비꽃을 좋아하게 된 것일까?


(콩제비꽃, 남산제비꽃)

언젠가 이른 봄날 남산 한옥마을로 봄을 만나러 간 적이 있다.

하얀 제비꽃을 보고 걷기를 포기한 사람처럼 한동안 움직이지 못하고 셔터를 연신 누르고 있는 날 보고 이제 좀 가야 하지 않을까요 라고 말 한 그녀가 떠 오른다.

꽃이 좋아서 카메라를 샀었고 그 꽃을 품은 풍경이 좋아 많은 곳으로 여행하기도 했는데 하는 생각을 하니 뭔가 나를 당기는 느낌이 있어 참 좋다.

올봄에도 널 만나니 더욱 좋다.

(낚시제비꽃, 왜 제비꽃)

제비꽃같이 조그만 그 계집애가
꽃임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김인육님의  쥐뿔의 노래 중


(털 제비꽃, 노랑제비꽃)

붕어낚시를 갔을 때 주위를 살피지 않고 자리를 잡고 낚싯대를 펼치고 미끼를 달아 던지고는 수건에 손을 쓱 닦는데 내 곁에서 작은 제비꽃이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혼잣말로 "너도 낚시를 나온 게냐" 하며 한동안 낚시를 하지 못하고 꽃만 바라본 적이 있다.

왜 이리도 제비꽃을 좋아하는지...

혼자 그렇게 말을 하며 낚시에 집중을 한 적이 기억에 남는다.

혼자 앉아 낚시를 하는 태공의 외로움에 벗이 되려고 곁에 피어 있는 작고 앙증맞은 꽃

한송이 제비꽃을 나는 좋아한다.

봄이면 늘 설레는 마음으로 널 만날 수 있어 올봄도 좋다.

설렌다.

(흰 제비꽃, 태백제비꽃)

팬지가 아무리 화려하고 멋있다 한들
내 눈에는 야생 제비꽃만 못하다.
화려하게 뽐내는 것보다
수줍은 듯 단정하게 피언 있는 꽃에
더 눈길이 가는 걸 어쩌랴...
야생초 편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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