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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Mar 28. 2016

그리운 꽃의 書 -8- 노루귀

마지막 추위에 녹은 땅 다시 얼어도
연한 꽃자루 검지 손가락이었다
보드라운 하얀 솜털에도
다보록하게 산을 이고 있었다

꽃이 이름 불러주길 원할 때
노루귀 닮은 잎이 두터운 질감으로
너무도 당당하게 고개를 들어
봄은 만나고 있었다.





*미나리아재비과(―科 Ranunculaceae)에 속하는 다년생초. 노루귀(Hepatica asiatica)
잎보다 꽃이 먼저 핀다. 꽃은 이른 봄 나무들에 잎이 달리기 전인 3~4월에 자주색으로 피나, 때때로 하얀색 또는 분홍색을 띠기도 한다. 꽃에 꽃잎은 없고 6장의 꽃받침 잎이 꽃잎처럼 보인다. 3갈래로 나누어진 잎은 토끼풀의 잎과 비슷하며 꽃이 진 다음에 뿌리에서 나오는데, 털이 돋은 잎이 나오는 모습이 노루귀 같다고 해서 식물이름을 노루귀라고 부른다. 민간에서는 식물 전체를 8~9월에 채취하여 큰 종기를 치료하는 데 쓰며, 봄에 어린잎을 따서 나물로 먹기도 한다.

봄이니까 슬슬 산으로 마실을 가 볼까?

혼잣말을 하며 카메라를 챙기고 작은 배낭을 메고 가까운 곳으로 움직이면 여지없이 예쁜 꽃들이 마중을 나온다. 그리고 수줍음을 몹시 타는 녀석들은 나무 아래서 살짝 고개만 내밀어 인사를 한다.

내가 산을 자주 찾는 이유는 이런 애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혼자 정돈된 산길을 두고 비탈진 곳으로 녀석들을 만나러 다니는 것도 숨바꼭질하는 어린애들처럼 잘도 숨어 있기 때문이다.

만나면 그냥 좋다. 갈증을 물 한 모금에 사그라들게 만들고 녀석들에게도 한 모금 나눠 주고는 사진으로 담아서 온다. 하지만 녀석들을 집으로 데려갈까 하는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곳에 있어야 녀석들이 더 이쁘기에 늘 아쉬움만 집으로 모셔온다. 그리고는 이내 후회를 한다. 내 집 창가에서도 녀석들은 잘 클 수 있는데 하며 하지만 묵은 낙엽을 배경으로 있을 때에 비로소 이 녀석들은 아름답기에 웃으며 맘을 토닥거릴 수 있는 것이다.

바삭바삭 소리를 낼 것처럼 보이는 저 묵은 낙엽을 방석으로 깔고 앉은 앉은뱅이 꽃이 살며시 미소를 머금는 요즘 나는 행복하다.

어느 산 어딜 가도 저 녀석들이 나 여기 있어요 빨리 찾아봐요 하며 숨바꼭질을 걸어오는 계절이니 말이다.

그래서 봄이 좋다.

마음 것 풀어내어도 말없이 다 받아주는 따사로움이 봄이니까 그래서 모든 꽃들이 봄에 피려고 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내 인생에 봄은 언제였을까? 난 언제나 봄이라고 여기며 살아간다. 오늘이 내 생에 첫 만남인 오늘이니까. 내일이면 또 다른 오늘이 나의 봄이니까 그렇게 웃으며 봄꽃처럼 살려고 한다.

난 늘 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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