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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Mar 30. 2016

그리운 꽃의 書 -9- 프리지어

첫사랑이었습니다
그와 눈이 마주칠세라
수줍은 고개 떨구던 프리지어
사랑해요라고 말하지 못하고
먼발치 바라만 보는 행복에
작은 눈물로 꽃을 피웠습니다
가련하리 만큼...

 

남겨진 사랑이었습니다
그의 뒤를 따라간
슬픈 전설 한 자락 가진
순진한 처녀 가슴이었습니다
감미로움으로 치장한
그녀의 향기는
청초한 꽃이 되었습니다


꽃말 ; 천진난만, 자기자랑, 청함

왠지 노란색은 봄과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을 한다. 아마도 어릴 적부터 노란 개나리가 피면 봄이 온다는 것을 알고 난 후부터가 아닐까.  나는 봄이면 노란색을 자주 골라 입는다. 꼭 그래야만 할 것 같아서다. 그리고 그렇게 입고 나서면 그냥 좋다. 프리지어 한 다발을 사서는 꽃병에 꽂아두면 그 향기가 얼마나 좋은지 말로는 표현이 어렵다.

나에게 프리지어는 졸업과 맞물리는 꽃이다. 학창 시절 졸업식에 나는 프리지어 꽃다발을 받았고 그리고 언제부터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드라이 플라워라는 말에 어울리게 내방 문에 걸어두곤 하였다.


다른 꽃에 비해 가격이 저렴해서 그랬을까? 그도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색이라서 그랬을 가능성이 크다. 할머님은 늘 내 기분, 내 취향을 맞춰 주신분이기에 더욱 그럴 가능성이 많다. 부모님과의 추억보다는 할머님과의 추억이 더 많은 탓에 내가 이렇게 말을 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무슨 꽃이 피면 나와서 보라고 하셨고 나도 그것이 싫지 않았다. 아마 내가 꽃을 좋아하는 것도 어쩌면 유전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


봄이 올 때면
신문지로 둘둘 말려도 화사한
프리지어를 사들고 퇴근하는 것.
숨통 트기 중

고등학생 때 동내 누나를 좋아해서 그 누나에게 봄이면 프리지어 한 다발을 아무 말 없이 툭 던지듯 주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집으로 뛰어 들어왔던 아련함이 있다. 그리고 시간이 아주 많이 흐른 어느 날 누군가에게서 받은 프리지어 한 다발의 설렘은 참 좋은 설렘이었다. 그때 누나도 설레었을까?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단발머리 소녀였던 누나도 나처럼 설레었을 것이다. 왜 봄이니까. 봄인데 그 누군가가 꽃 한 다발 선물하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그 봄이 정말 향기로울까? 나는 오늘 나에게 프리지어 한 다발을 선물하려 한다. 그때의 설렘은 비록 없겠지만 그래도 노란 꽃이니까. 노란 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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