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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Apr 09. 2016

그리운 꽃의 書 -10-종이꽃 로단테

바람소리를 닮은 꽃

그래서 바스락거리나 보다.

해를 그리워하니 창가에 붙었다.


햇발에 발 담그고

분수 같은 현을 치는 물줄기에

물장구치며 햇살따라 고개 돌리는 꽃


모여 앉은 꽃들이 편지라도 쓰는지

연필 긁는 소리가 정겹고

꽃봉오리 펼쳐서 우표를 찾는 다.


하얀 꽃잎에 이름 하나 적고

줄기 사이로 내 기억 하나 적고

바람에 추억들이 소리 내는 꽃



ᆞ꽃말ㅡ항상 기억하라, 영원히 기억하라
ᆞ밀짚꽃,바스라기꽃이라 부름

봄이면 꽃을 사야겠다는 말을 많이도 한다. 마치 그래야만 할 것 같아서...

점심시간 꽃집 앞을 지나는데 앉은뱅이 종이꽃이 하얀 꽃망울을 터뜨리고 나를 빤히 바라보고 나는 혼잣말로

"우리 집에 갈까?"라고 말을 하고는 점심도 그르고 작은 화분에 심어 창가에 뒀다.

사랑도 이렇게 쉽게 "우리 사랑할까" 하고 함께 있으면 좋을 텐데...

사랑하기까지는 참 어려운데 이별은 왜 그렇게 쉽게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그리움이 뭔지를 알려주려고 이별을 주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몇 번의 이별로는 그 그리움의 진한 맛을 모를까 봐 수 없이 많은 이별을 주는가 보다.

보고 싶어 하라고. 그래 보고 싶다...

사랑이
그리울 땐
날리는 꽃잎도
그리움에 흩날리는
비가 되어 적신다.

꽃이 필 때는 너무도 설렌다. 마치 첫사랑을 시작할 때의 그 콩닥거림처럼 마음이 너무 두근두근거려 그 꽃을 바라만 보게 된다. 하지만 꽃이 떨어질 때는 이상하리만치 내 심장도 쿵 떨어지려 한다. 마치 짧은 이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아니 다음 해 봄이면 또 꽃이 필 것을 알면서도 그 그리움이 얼마나 깊은 샘인지를 알기 때문일 것이다.

벚꽃이 바람이 났나 보다. 그 바람을 따라 꽃잎이 날아가 버리니 말이다.

꽃잎이 떠나고 나면 푸른 잎이 꽃을 기다리다 낙엽 되어 쓰러지겠지. 그리고 꽃이 잎을 만나려다 기다림을 몰라 또 바람을 따라 날아가 버리겠지.

그렇게 또 봄이 가 버리겠지 하니 창가의 종이꽃이 어디 가지 않고 날 보는 것이 참 대견스럽다.

아.....

봄이다.

저렇게 꽃들이 내 방 창가에 옹기종기 모여서 나만 바라보는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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