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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Apr 14. 2016

그리운 꽃의 書 -11- 라일락

작은 키 나무는 둥글둥글한 잎이 옅다.

그래도 봄이라도 쭈뼛쭈뼛 고개 드는 향기에

못생긴 꽃의 애처로움은 없는데

그 향기는 그립기만 한 것인가.


수국의 풍만함을 닮고 싶은지

꽃들이 옹기종기다.

향기로 답을 하는 길목에 선

내 봄의 꽃이다.

너는...




봄이 좋다.

내 추억의 길목에서부터 내가 늘 다니는 길목까지 꽃이 피는 봄이 좋다.

라일락은 다발로 선물하기엔 아까운 꽃이었다. 왠지 내게는 그랬다. 그래서 손 잡고서 "이리와 봐 향기 죽이지" 라며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보여주고픈 봄이었기 때문이다.

누가 개나리를 다발로 선물하지는 않지 않는가. 라일락은 그런 꽃이다.

봄이면 목련을 제일 먼저 보여주고 싶었고, 개나리를 찍어서 보내 주었고, 배꽃의 순백과 벚꽃의 흐드러짐을 훈풍에 실어서 보내주었던 아련함이 아직도 내게는 존재한다는 것에 감사한다.

그리고 재각각의 향기가 바람을 춤추게 만드는 봄이 참 좋다.


수줍어 발그레한 난,
너에게 취해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네

서복길 님의 라일락


그랬다. 그 향기가 아주 많은 곳에 그 사람 집이 있었고, 그 길을 함께 걸었던 그때가 참 좋았다. 아마도 그 영향이 좀 크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물론 이유야 붙이기 나름이지만 꼭 그렇게까지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다.

라일락은 늘 그 자리에서 향기를 흘리지만 나는 이제 그 길을 가지 않는다.

이문세의 노래도 혼자 흥얼거리던 그때를 지나온 지금 이상하게도 습관처럼 그 꽃을 보면 혼자 흥얼거리는 이유가 꼭 그 길을 걸었기 때문이 아니란 뜻이 되었다.

그냥 추억할 수 있는 꽃, 그리워할 수 있는 꽃인 것이다 이제는.


라일락꽃 향기처럼
아름다운 추억이 늘 내 가슴속에
숨 쉴 수 있기를
라일락꽃 향기처럼
아름다운 고통이 늘 내 가슴속에
빛날 수 있기를

곽재구 님의 새


라일락은 추억이구나. 나만 그런 것이 아니구나.

살면서 그런 추억 하나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마는 그래도 라일락은 추억이었던 것이다.

"빌라 앞에 핀 꽃이 향기가 좋다."라고 말하던 그 사람이 정작 그 꽃이 라일락이라고 말해 주니
"정말 이게 라일락이야" 하던 그 눈빛이 오늘은 참 라일락을 많이도 닮았구나 한다.

바람이 참 좋다.

그 바람에 그때의 향기가 스며들어서 더 좋다.

그래서 라일락이 좋다.


라일락 꽃말

흰색 : 아름다운 맹세
보라색 : 젊은 날의 추억, 첫사랑의 감동
빨간색 : 친구의 사랑, 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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