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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Apr 17. 2016

그리운 꽃의 書 -12-엘레지

사나운 바람도

봄비를 마중 나온

꼬마 아가씨에게는

공손하기만 하다.


낙엽을 살짝 밀치고

푸른 잎사귀로

기지개를 편다.

봄이라고 한다.


기다란 시간 이겨내어

곱게 치장한

수줍어 고개 숙인

내 누이의 곤지 찍은 볼 같은 꽃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열두 달 중 가장 아름다운 달이 아닐까. 이렇게 아름다운데 어찌 잔인하다 할 수 있을까? 아마도 4라는 숫자가 주는 의미를 수학 문제 풀듯이 대입을 시키니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뭐 이별을 꼭 4월에만 하는 것도 아니고...

4월이면 걷던 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꽃들이 지천이다. 따사로운 봄살에 꽃집 앞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까닭도 그 아름다움에 혼을 빼앗겨서가 아닐까?

나라안 어디를 가도 만날 수 있는 우리 꽃들, 야생화들이 지천이라 4월이 좋다.

5월이 오면 그 프르름에 좋다 라고 말을 하겠지만 그 의미가 다르다.


백합을 닮았지만 키가 작아 내가 찾지 않으면 날 부르지 않는 꽃.

보랏빛이 햇살을 닮으려고 고개 들었다 이내 따가운 봄살에 고개 숙이는 순진한 꽃.

그래서 좋다. 수줍음이 참 많은데 왜 바람난 여인이란 꽃말을 가졌을까? 하며 나도 모르게 빙그레 웃고 만다.

햇살 머금은
슬픈 눈망울

꽃바람에
흔들리는
바로 너였지.
생각이 나서 중에서.

피어날 때는 비림에 머릿결을 날리고 도도해 보이는데 왜 바람 떠나면 주먹 쥐는지 물어보려고 무릎 아래로 고개를 숙여 찬찬히 봐야 할 꽃.

나는 보랏빛을 좋아한다. 그래서 더 정이 가는 건 아닐까? 욕심에 이 아이를 내 집으로 데려갈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지만 쉬 그러지를 못한다. 너는 이렇게 비스듬히 앉아서 낙엽 살짝 덮고 있아야 네 모습이니 난 내년 봄에도 널 찾아오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기억하려고. 이곳에서 다시 만나길 바라기에 그렇게 내 눈에 담고 있었다. 이곳을. 마치 첫눈이 오면 여기서 만나는 거야 했었던 아련한 추억처럼 난 또 꽃과 약속을 한다. 손가락 걸진 못하지만 서로 눈 맞추며 그렇게 약속을 한다.

야생화들이
가는 길마다 피어나
길 안내를 해 주었다.

용해원 님의 숲길을 걸으며 중에서


꽃말 ; 광대, 바람난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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