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寺의 밤

by 한천군작가


한가로운 저녁달

덕 높은 스님을 찾아

돌아가는 계곡은

고개 돌려 보는구나


산사의 저녁 알리는

잔잔한 연기 산이요

층층이 겹치는 구름

몇 겹을 쌓아 안아드는 산


잔잔한 달빛에 처연함이여

풍경소리 흘러 바닥에 누웠는데

동자승의 작은 목소리가

둥근 등을 걸어 산사는 달이 되네...




산은 늘 그 자리에 있어 좋다.

오라는 말 없고 가라는 말 없이 늘 그 자리에서 모두를 품어주니 산이 참 좋다.

바다낚시로 나는 늘 바다를 품는다. 아니 어쩌면 그 바다가 나를 품는다 가 옳은 표현일 것이다. 하지만 가끔 산행을 하고 또 그곳에서 만나는 작은 사찰들이 작은 땀방울들을 식혀주니 참 좋다. 왜 산을 찾는지 알 수 도 있을 것 같고, 다시 와야지 하는 맘이 들게 만드는 것이 꼭 첫 데이트를 하고 에프터를 신청할 때의 마음과도 같다. 대신 그때와는 다른 설렘이 있다. 봄이면 가는 길목에서 어김없이 야생화들이 생긋 웃어주고, 여름이면 녹음으로 그늘을 만들어 잔땀들을 식혀주며, 가을이면 눈에 담기 벅찰 정도로 아름다운 단풍을 선물하니 좋고, 겨울이면 하얀 눈꽃으로 허리 굽히는 나무가 있어 좋다. 그래서 그때그때 설렘이 다른 지도 모른다.

산엘 가면 늘 하룻밤을 묵고 오는 경우가 많다. 고즈넉한 산사에서 바람이 불러주는 풍경소리가 좋고, 도심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밤 풍경이 어떨 때는 소스라치게 놀라운 광경으로 다가올 때도 있다. 밤 별들은 또 어떤가? 도심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밤 별들이 너무도 많다. 꼭 외국을 나가야만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게 이야기라도 하듯이 은하수가 가로지르고 무수히 많은 별들이 비 오듯 나를 적시니 산사의 밤은 행복한 낭만이다.


人間四月芳菲盡
사월이라 마을에는 꽃이 모두 졌는데
山寺桃花始盛開
산사의 복숭아꽃 이제 피어 한창이네
長恨春歸無覓處
한번 가버린 봄 찾지 못해 애탔는데
不知轉入此中來
어느새 이곳에 와 있는 줄 몰랐네

백거이(白居易)의 대림사 도화(大林寺桃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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