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더 외로울까?

by 한천군작가

남자가 더 외로워 보여

여자가 더 외로워 보여

혼자 산다면 말이야

상상이 안가

그런데 현실이 돼 버렸어...




누가 더 외로운 걸까?

가끔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나를 힐끔 본다.

아직은 홀아비 냄새가 안 나고, 싱크대가 아주 깨끗하고, 집 청소도 너무 깨끗하고, 밀린 빨래도 없고, 거실엔 캔들이 불 밝히며 향기를 토하고 있고, 이쯤 되면 괜찮은 거 아냐. 이 정도면 나 외로운 거 아니지. 이렇게 또 나를 위로한다.

하루에도 몇 번을 거울 속 나와 대화를 하는지 모른다.

이 옷 괜찮겠지 오늘 같은 날씨에 좀 칙칙한가 아니지 이 정도면 그나마 아주 조금은 댄디하지 그렇지, 헤어스타일은 어때 뭐 나름 괜찮아 보이는데.

사실은 어제 입었던 점퍼에 티셔츠만 바꿨을 뿐인데, 헤어스타일은 여전히 똑같은데 나는 혼잣말을 한다. 뭔가 다르다고 우기기까지 한다. 그러면 덜 외로울까 봐.


내가 슬픈 것은,
혼자 지낸다는 외로움 때문이 아니다.

내가 슬픈 것은
다른 갈매기들이 날아오를 때의
기쁨과 영광을 믿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야.

왜 그들은
마음의 눈을 뜨려고 하지 않는 것일까?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 중에서


혼자 있을 때 외로운 것은 슬퍼서가 아니다. 허전해서도 아니다. 단지 혼자라 서가 아니라 불 꺼진 창을 바라보는 것이 싫을 뿐이다. 퇴근 후 돌아간 집에 불이 켜져 있으면 설렌다. 아침에 바쁘게 나가면서 켜 둔 것도 모른 체 기분이 좋다. 하지만 불 꺼진 창을 보면 쓸쓸하다. 그래서 외로운 것이다.

혼자 있으면 말을 참 많이 한다. 책을 보면서도 이거 재미있는데 봤어?라고 구시렁, 냉장고 문을 열면서 이거 유통기간 지날라고 그래 하며 구시렁, 화장실 불을 끄면서 수건 잘 펴서 걸었고 하며 구시렁. 그렇게 참 말이 많아진다. 누군가 듣고 있기라도 하 듯 그렇게 말이 많아진다. 그래야 적막함이 없어질까 봐 그렇게 한다. 이제는 습관이 돼 버렸다. 음악도 좀 볼륨을 높여서 듣는다. 귀먹은 것도 아닌데...

언제부턴가 생긴 버릇이다.

외로움을 느끼지 않게 하려는 나만의 트레이닝이다.

물론 그런다고 외로움이 사라지지는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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