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보세요"
" 아이구 이 사람 집에 있었네...출장을 간다면서?"
" 네에...이사장님...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 하하하 다 아는 수가 있지..그래 이번엔 춘천으로 간다지....얼마나 걸리나?"
" 네에 일주일 정도요.."
" 아이고 그렇게 오래...그럼 이번에도 나 혼자 출조를 해야 겠구만.."
몇 년전 낚시터에서 만난 이사장이라는 노인이다.
언제나 호기 있고 당차며 자신감이 넘치고 또 낚시의 달인처럼 그렇게도 잘 낚아 내시는 분이였다.
그 분을 처음 만나 수주 한잔을 기울이고 - 물론 낚시터에서 - 부터는 아주 친한 그러니까 먼 친척 같이 안부 전화를 해 오시고 또 조황이 괜찮은 곳이 있으면 어김없이 전화를 주시곤 한다.
그리고 한가지 더 잡아온 고기는 항상 나누어주시는 분이시다.
언제나 영감님의 전화를 받으면 수면 위로 고개 들이밀고 깔짝대는 찌가 눈에 선하다.
또 그 느낌을 잊지 않으려는 심사로 영감님과 동행을 했었는데 회사에서 바쁘게 출장을 나가게 되었으니 이번엔 영감님 혼자 외로운 출조를 하시게 되었다.
" 어쩌죠..이번엔 혼자 다녀오셔야 겠는데...그리고 참 이번엔 어디로 가신다고 하셨죠?"
" 응...그러지 뭐..그리고 전라도 어디라고 하던데....가물가물 하네 그려...진짜루 영감이 되는갑네..허허허.."
" 하하하 아직두 정정 하신데요 뭘.."
" 아이구 아니야 요즘은 ...그런데 이번엔 혼자 가기가 좀 그러네...자네두 알다시피 나 운전엔 잼뱅이 잖어...버스타고 찾아 가자니...쩝"
" 그럼 어디로..?"
한 동안 말씀이 없으시다.
그렇다 항상 운전을 상민이 하고 영감님은 사고한 것 하나까지 다 챙겨 주셨다.
" 아 자네 춘천으로 간다니 그럼 우리 소양호에서 조우를 하지..어떤가?"
" 아이구 그러면 되겠는데요.."
그렇게 간단히 해결을 하고는 이것저것을 챙기기 시작했다.
음....낚시가방이야 차에 실려 있었고 바늘을 몇 개 묶어 두고, 뭘 사야할지 꼼꼼히 챙겨 나가고 있었다.
출장에 쓸 서류봉투는 책상 위에서 그를 노려보고 있는데 그는 그것에게는 신경을 쓰지 못하고 뭐 또 빠진 것이 없나 하며 다시 점검을 했다.
새벽을 밝히는 시간에 잠에서 깨어나라고 다섯 개의 알람시계를 재워두었는데 녀석들이 먼저 일어나 상민을 깨운다.
일제히 울어 재치는 알람시계 덕에 잠에서 깨어났지만 귀찮은 듯이 시계를 차례로 조용히 시키고 씻고 차에 시동을 걸었다.
토요일
그래서 다른 날과는 다르게 조금 일찍 나선다.
아침 일찍 회의가 있기에 더욱 바쁜 걸음으로 나가고 점심 먹기 전에 춘천으로 출발을 하려고 - 점심은 먹을수 있을려나 - 궁시렁 대며 출근을 한다.
" 어이 이 대리 "
" 네 과장님 "
" 자네 이번 출장은 즐겁겠어.."
" 아이구 즐겁다니요..황금의 주말을 집이 아닌 곳에서 보내야 하는데요.."
" 허허 이 사람 엄살은...자네 좋아하는 낚시를 실컷 할수 있는 곳으로 가는데도 그런 말이 나오나"
" 이크..그렇게 깊은 뜻이 있었나요..과장님두 하하하하"
회사에서도 신입사원을 빼고 그가 낚시 광인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물을 보면 무조건 낚싯대를 들이 데는 이 대리였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는 벌써부터 예쁜 붕어의 얼굴이 눈에 선했다.
민물 고기 특유의 비린내가 나는 것 같았다.
몸이 아직도 회사에 있으니 좀이 쑤시는 것 같았다.
서류정리를 하고 출장비를 수령하고 지하 차고로 내려간다.
시동을 걸고 출장을 가는 것이 아니라 붕어를 만나러 가는 것이라 생각을 하니 벌써 차는 춘천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형광 초록이 켜지고 암흑천지인 소양호.
참지를 못해 밤낚시를 나온 것이다.
뛰엄 뛰엄 보이는 작은 불빛이 몇 개 보일 뿐 주위는 너무도 조용했다.
아무런 움직임 없이 고요하기만 한 수면 위를 살필 때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한 밤중
그의 곁에 와서 낚싯대를 펼치는 검은 그림자
밤인데도 푹 눌러쓴 모자 덕에 얼굴을 볼 수가 없었지만 그래도 반가웠다.
혼자 하는 밤낚시는 왠지 싸늘함이 퍼져오고 조금만 바스락거리면 소름이 끼치는데 이렇게 옆에 앉아 있다는 것이 어딘지 고마웠다.
그리고 마침 출출해서 김밥이라도 먹을 요량으로 준비를 할까 하던 차에 옆에 사람이 오고,
조금은 쫌스럽지만 얼마 되지 않는 양이라 또 이 시간에 낚시를 올 사람이면 당연히 저녁은 해결을 했으리라 하며 인사 치레로 한마디를 던졌다.
아니 뭔가를 말하려 할 때 그가 먼저 선수를 쳤다.
" 입질이 좀 있습니까"
" 네에~ 저도 온지 얼마 안 됐어요..아직은.."
" 아..그래요 ..몇 시쯤에 오셨는데요?"
" 조금 전이니까 한 9시쯤인가 보네요.."
이것이 검은 그림자와의 처음이자 나누는 대화의 전부 - 아니 시작 이였다.
꾼 들은 예사로 묻고 답하는 식의 치렛 말 이였다.
갈등을 , 아니 뭐랄까 형용할 수 없는 마음으로 아까 하려 했던 말을 한다.
" 저..지금 늦은 저녁을 먹을건데 같이 좀 하시죠..."
하며 휴게소에서 산 아무 맛도 없는 그냥 김밥 도시락이든 비닐 봉지를 꺼내고 그리고 인사 치레로 한 마디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