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긴 치렛말을 치렛말로 듣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우리는 간혹 당황을 한다.
이 사람이 그랬다.
그리고 장에 나가 이리 저리 다니다 물건을 파는 아낙에게 "" 이건 얼마요 "하듯이 물어 본 것인데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이 쉽게 나와 조금은 당황을 했다.
" 아이고 그러면 고맙지요.. 실례를 좀 할까요.."
"후~~~ 이게 아닌데(이런 변이 있나)"
넉넉하지도 않은 단 두줄인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 먹는 것에 대한 인심이 후한 민족이라 그런지 낚시가방을 들어다 둘 사이에 가져다 놓고, 그 위에 신문을 깔고, 물을 한잔 권하고 나무 젓가락을 건네 주었다.
" 좀 적은데 괜찮겠죠."
" 아이고 제가 고맙지요.."
"후후후"
누구에게 나누어주기엔 양이 적은데, 모자라는데 이걸 나눠 먹나.. 하지만 우리네 속담에 콩 한쪽도 나눠 먹는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빈말이 아니었지만 어째 초라해 보였다.
하하하 낚시터에서 꾼 들의 후덕한 미덕이 이런 게 아닐까.
빈말이 될지언정 먹어 보라고 하고 또 빈말로 고맙다고, 괜찮다고 하는 것이 감사와 사양을 동시에 표현하는 미덕이 아니던가.
" 아... 그럴까요.."
이게 뭐야.
이 남자를 보고 있으니 예전 고교 동창이 생각이 났다.
" 상민아 낚시 가자."
" 낚시?"
" 응... 너 낚시 잘 하잖아.."
" 미친놈... 한 여름에 그것도 한 낮에 낚시를 가자고?"
" 어때...맥주나 몇 깡통 챙겨서 가자.."
할 수 없이 낚시를 가게 되었고 낚시터에 도착해서 보니 이 놈은 입만 달랑 달고 온 것이 아닌가..
하기야 항상 준비는 상민이 몫이고 녀석은 그렇게 빈 몸뚱아리만 달랑달랑 따라 오곤 했으니..
" 야 경태야... 넌 언제나 낚싯대 하나라도 챙겨 올래.."
" 히히히 "
그렇게 웃어 넘기는 녀석이 밉지는 않았다.
어쩌면 이런 것이 녀석의 매력이려니 하고는 낚시를 하는데 아무것도 없이 깡 맥주를 마시고 있지 않은가... 안주도 없이.... 그러면서 큰소리 치는 것이 결코 밉지 않은 녀석이다.
" 상민아 안주 좀 잡아라.."
" 야이 미친놈아 잡혀야 잡을 거 아냐... 그리고 잡으면 니 놈 좋은 일만 하잖아.."
" 아... 매운탕이 눈에 아른 거 린다.. 날아가는 구나 눈 앞에서..."
" 하하하하... 넌 진짜로 못 말리겠다... 하하하하"
" 하하하"
" 안주는 매운탕이 제일 좋은데...."
" 아주 한술 더 뜨는군.." 하며 고개를 돌리니 찌가 수면 위에 누워 있었다.
낚싯대를 세워 건져내니 뼘치 만한 붕어였다.
녀석은 반가운 듯 입을 벌리고 군침까지 삼켜가며 얼른 상민의 곁으로 내려가서는 살림망에 든 붕어를 가지고 올라갔다.
잠시 후 뭔가를 만들긴 했는데 아무런 말도 없고 또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너무 더워 텐트로 갔을 때엔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돌았다.
이게 뭔가.... 무슨 일 인가..
혼자 매운탕을 먹고는 코까지 골아가며 맛있는 잠을 자고 있지 않은가.
괴심 하지만 넉살 좋은 녀석이야 하며 옆에서 눈을 잠시 붙였다.
훗...
왜 하필이면 경태 생각이 났을까?
의미를 알지 못하는 미소가 흘러 나왔고 그리고 내 앞에 있는 줄부터 젓가락을 가져다 놓았다.
물론 그 남자는 자기 쪽의 줄에서...
김밥을 하나 입에 물며 한마디 하는 그가 얄미웠다 솔직히
" 이거 실례를 해서 어쩝니까?"
속으로야 그랬지.. 알긴 아는 놈이 그러느냐? 넌 눈도 없어.. 달랑 두 줄 인 거 보고도 꼽사릴 끼고 그래... 실례인 줄 아는 놈이 그러냐고?] 하지만 또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이미 지나간 버스인데.. 그렇지 않은가 떠나는 버스를 보고 손을 흔든다고 택시라도 서남.. 접
" 사장님은 어디서 오셨습니까?"
" 서울서 출장 겸해서 왔습니다."
" 그래요 "
하하하 이제는 어색하지가 않다.
사장님이라는 호칭이- 낚시터에서는 꾼 들이 형씨 아니면 사장님이니... 후후 이것이 또 요즘 생긴 유행 같은 것이기에 어색할 리가 없었다.
그래 낚시터의 풍습으로 자리 잡아 가지 않은가.
" 아이고 벌써 1시가 다 되어 가는군... 오늘 밤엔 붕어 얼굴 보기는 다 틀린 것 같네요 "
상민이 말을 하자 검은 그림자가 빙그레 웃었다.
달빛을 등지고 있는 사내의 모습은 검은 빛인데 그래도 웃으니 좀 나아 보였다.
검은 그림자 사이에 반달이 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