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붕어

낚시소설 붕어-밤낚시 3

by 한천군작가

" 여기 원래 잘 되는 포인트입니다."

" 그래요 "

" 아까 차를 주차시키는데 사장님 차가 있어 실망을 했었지요. 그리고 또 물가에 다다랐을 때 또 한번의 실망을 했답니다.'

" 아니 실망이라니요?"

" 하하하 지금 사장님께서 앉은자리가 항상 제가 앉는 자리거든요.. 하하하... 조금만 기다려 보세요. 제가 밑밥을 엄청 많이 준 자리니까요 "

" 아이구 그래요. 이거 죄송해서 어쩌죠."


이제 좀 가까워졌나 보다.

서로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말이다.

하긴 어느 곳을 가든 주위 꾼 들과 몇 마디 나누다 보면 금방 친해지지 않은가.

공통된 관심사로 앉아 있으니..

그렇게 찌를 응시하고 있을 때 그가 한 마리를 낚아 올리며 지난주의 조황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가 여길 자주 찾는 이유도 함께..


" 봄부터 2~3일에 한번은 꼭 여기를 찾아오죠. 그리고 오면 그쪽 자리엘 앉죠. 허허허 그리고 저번주 목요일인가 였을겁니다. 아침까지 그냥 멍하니 뜬눈으로 밤을 새웠는데 아니 이제 것 목석이던 찌가 아주 작게 꿈틀 데더라고요."

".."

" 허허 숨을 죽이고 보고 있는데."

" 네에 "

" 아니 또 목석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지렁이를 다시 달아 던질 요량으로 낚싯대를 들었는데 아이구 멍청하게 생긴 놈이 하나 물고 있지 않겠어요"

" 하하하 그래서요 "

" 아 그래서 그 놈을 건져내고 다시 던졌죠 한 뼘은 족히 되겠더라고요. 그런데 일은 그 다음에 난 거 아니겠어요. 따면 따면 잔챙이 입질이 오더니 갑자기 찌가 시원스럽게 올라오더라고요. 케미라이트를 꽂은 찌가 삽시간에 쑤욱하고 제 키만큼 올라오길래...'

" 네에..(꼴깍)"

숨을 참고 침을 삼키며 그의 이야기 속에 빠져 들었다.

" 다음은요?"

재촉을 하고 다그치는데 그는 더욱 태현 하게 맥주 캔을 하나 꺼내 따서 마신다.

" 빨리요.."

" 네에 그래서 챔질을 하는데... 아이고 너무 묵직하더라고요. 원래 뜰채를 잘 안 가지고 다니는데 이런 대물이다 생각하니 순간 더욱 조심스러워지더라고요. 얼마간 버티더니 힘이 빠졌는지 물 위로 하얀 배를 뒤집고 나오는데 하하하 그렇게 큰 놈은 아니더라고요"

" 그래 얼마짜리 던가요?"

" 헤헤 겨우 38 따라지였어요."

" 아이구 월척을 한수 하시고 겨우라니요... 평생 월척 구경도 못하는 꾼도 많은데.."

" 그런가요."


한동안 이야기를 듣고만 있다 시선을 돌렸다.

또 그의 독백 형식의 말이 흘렀고 살며시 미소만 보일 뿐 이였다.

그렇게 카랑카랑한 목소리도 아니고, 무겁지도 않으며 뭐라고 할까 가늘면서도 편안한 그러면서 부드러운 음색으로 다시 독백을 했다.


" 저번에 떨군 녀석을 오늘은 만나려나, 하긴 잡는 것이 목적이 아니니... 허허허"

" 맞아요 밤낚시는 뭐니 뭐니 해도 캐미 꽂은 찌가 어둠 속에서 천천히 솟아 오르는 그 황홀함 때문에,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려고 꾼 들이 모여드는 것 아니겠어요.."

" 허허 그건 그래요..'


어둠이 더욱 짙어만 가고 호수는 조용하기만 하다.

너무도 잔잔한 것을 보니 잠이 쏟아지려 했고 그에게 양해를 구하고 먼저 잠을 청하러 갔다.

아니 오늘은 아니라는 생각에 낚시를 포기하고는 차에 들어갔다.

그리고 차에 오르기 전에 본 그의 차에 붙은 장애인 표시가 왠지 맘에 걸렸다.

잠이 들기 전 아... 그래서 모자를 눌러 썼나?... 하는 의문과 함께 잠이 들었다.

사내는 혼자 담배를 피우며 밤을 지키고 있었다.

눈이 부셔옴을 느꼈을 때는 온통 환한 빛으로 물들은 아침 이였다.

오전 9시

기지개를 펴면서 차에서 나왔다.

어제 밤에 있던 사내의 차가 보이지 않았다.

벌써 가셨나 하며 낚싯대를 챙기러 갔고 정리를 해서 가방에 주섬 주섬 담고는 살림망을 들었다.

아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씨알 굵은 놈으로 두 놈이 퍼덕이고 있었기에..

그중 한 놈은 월척 이였다.

힘이 넘쳐 났다 이놈은.

분명 그가 넣어 두었으리라.

밤에 만난 친구 - 서로의 이름도 모르면서 - 가 김밥 한 줄에 대한 대가로 그리고 밤을 같이 노래한 꾼의 대가로 넣었으리라.

요동치는 놈들을 보며 차로 향했다.

모자를 눌러쓴 그 사내의 보이지 않던 얼굴, 그 얼굴에 잠시 머물러 있던 반달을 떠올리며..


매거진의 이전글낚시소설 붕어-밤낚시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