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하기 이를 때 없는 날이다.
선풍기 바람 돌아가는 소리에 잠시 명상 아닌 명상을 하게 되고 이럴 때면 언제나 우리의 붕어 상민의 눈에는 아른거리는 붕어 생각에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 김 대리 또 붕어 생각하고 있나.?"
" 헤헤 과장님도.. 족집게가 따로 없다니까요.."
" 그래... 하하하 그럼 언제 우리도 한 번 끼워 달라고... 그래 이번 야유회에 낚시 어떤가? 그럼 우리 김 대리 실력도 볼 수 있고 아... 그 찬란한 실력을 한번 보자고... 하하하"
" 네에 그럼 이번엔 낚시를 가는 겁니다.. 하하하 과장님 저야 언제라도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요.."
힘없고 무료하던 오후에 활기가 차 오르고 상민은 야유회를 떠올리며 일에 전염을 하려 할 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별 신경을 안 쓰고 있어도 되는 일 - 뭐 전화받는 사람도 아니고 - 해서 다시
창 밖을 바라보는데 미스 김이 전화를 받으란다.
"김 대리님 2번 전화받으세요. 철원이라는데요."
"「철원....?」 "네에 기획실 김 상민입니다."
"잘 있었나. 날세. 김종성!!"
과묵한 음성이 전해지고 그는 자신도 모르게 "필승"이란 구호가 튀어나오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주위는 별안간 어투와 행동이 바뀐 김 대리에게 시선이 집중이 되었고, 이대리는
속으로 {아이고 이 독사가 왠 전화지} 하면서도 반가웠다.
"네에 주임상사님. 어쩐 일이십니까? 건강하시죠?"
"야 이눔아 하나씩만 물어라. 숨 넘어 가겠다"
"헤헤. 예~"
이 사람.
주임상사. - 상민이 군에 있을 때 친아버지처럼 잘해주시던 분이시다.
하지만 워낙 엄한 분이다 보니 주위에선 독사, 백사로 통했지만 떠올리는 추억 속에는 상민에게만은 너무도 잘해주신 분 이였다.
"상민아. 나 제대했다. 그래서 여행을 가려고 그래 겸사겸사 해서 니놈 얼굴도 한 번
볼까 해서 전화를 했지."
"네에 잘 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 낚시도 같이 한 번해야지.... 허허허 그래도 자네가 부대에 있을 때는 무엇이나 좋았었는데"
"저두 간혹 생각이 납니다."
"그래. 허허허"
너무도 반가운 전화를 받고 싱글벙글 하는 모습에 누구 전화냐고 묻는다.
"이봐 김 대리 누군데 "필승"에다 또 그렇게 기분이 좋은 거야"
"네. 군에 있을 때 저에게 잘해주시던 주임상사님이요. 전역을 하셔서 서울 오실 일이 있으시다고 겸사겸사 해서 만나자 시네요."
"그래. 김 대리는 인기도 많아"
군에 있을 때의 김 대리.
행정병이라 훈련도 없었고 그러다 보니 다른 쪽으로 머리를 굴리기 일수였다.
어떤 때는 풀어 키우는 염소를 쫄병 2명과 동기 1명 이렇게 넷이서 사격장에서 잡아
구워 먹고는 넷이서 염소 값을 물어주기도 했고, 또 뱀을 잡으러 가자는 동기 놈에게
끌려서 뱀을 잡아서는 담을 봉지가 없다고 팬티 속에다 넣고는 익살을 떨기도 하였고
나중에 본부중대가 뒤집어지는 일이 생겼지만 말이다.
후후후.
내무반에 들어와서는 샤워하려고 속옷을 갈아입으려고 팬티를 내리는 순간 난리가 아니었다.
"뭐야"
"아이고 이놈들이 있었지"
"으~~~ 악"
때아닌 뱀의 출현으로 모두 긴장을 하며 밖으로 나갔고 상민은 주섬주섬 잡아서는 주전자에 넣었는데 아니 한 마리가 모자라지 않은가.
결국엔 찾지도 못 하고 모두 뜬눈으로 지새우기도 했다.
그래서 익살이 라는 별명을 얻었었다.
아무튼 못 말리는 구석이 다분히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