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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May 09. 2016

그리운 꽃의 書 -21- 작약

기다림은 너를 붉게 물들였다

함께 하기 위해 얼마나 가슴앓이를 하였을까

얼마나 그리움에 떨었을까

 

기다림은 너를 노래하게 만들었다

많은 노래가 너를 위한 것이었고

많은 그리움이 너를 노래가 되게 하였다

 

기다림은 너를 눈물로 만들었다

그 눈물이 마르는 날

그곳에 네가 있었다


작약꽃의 슬픈 전설

옛날 어느 나라에 파에온이라는 공주가 있었다. 파에온은 사랑하는 왕자가 있었는데 그 왕자가 먼 나라로 전쟁을 하러 떠났다. 공주는 왕자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이제나 올까 저제나 올까 노심초사 오직 왕자만을 생각하며 기다렸다.
전쟁이 끝나고 다른 사람들은 다 돌아왔지만 왕자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도 공주는 왕자가 돌아올 거라며 믿고 기다리던 어느 날, 눈먼 장님 약사가 구슬픈 노래를 부르며 나타난다.
그것은 왕자가 먼 나라에서 죽어서 모란꽃이 되었다는 노래. 공주는 그 노래를 듣고 곧장 왕자를 찾으러 떠났는데 그곳에는 한 송이 모란꽃이 피어있었다. 공주는 구슬피 울며 다시는 헤어지지 않게 해달라며 기도했고 공주는 모란꽃 옆에 작약꽃으로 피게 되었다는 슬픈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모란꽃이 핀 뒤에 바로 작약꽃이 핀다고 한다.

사랑이라는 것은 참으로 위대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가 않는다. 이렇게 꽃에 대한 잔잔한 전설을 대할 때면 모두가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얼마나 사랑하며 그 꽃 곁에서 죽어 꽃이 되었을까. 지금의 아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뻥"이라고 하겠지만 내 어릴 적엔 이런 이야기가 그저 슬픈 전설로만 여겨졌는데...


몇 해전 낚시계에서는 누구라도 알법한 분의 댁에 잠시 들린 적이 있었다. 시골집 딱 그런 느낌이었다. 부산에서의 갑갑함을 털어버리고 조용히 쉬고 싶다는 그분의 말에 딱 어울리는 집이구나 하였다. 그 집의 마당에는 작약이 참 많았던 기억이 있다. "꽃이 참 크고 탐스럽네요"라고 말을 하자 "그거 화투장에 나오는 목단 아이가"라고 하셨다. 하긴 모란과 작약은 은근히 비슷하니 그리 말씀을 하셨을 것이다. 하지만 반박하지 않았던 이유는 모란이면 어떻고 작약이면 어때 보고 좋고 또 그가 목단이라면 그 꽃은 목단인 것인데 하며 그냥 웃었다. 꽃은 그저 눈으로 즐기고 코끝으로 전해지는 저마다의 향기가 꼭 사람을 닮은 듯하니 얼마나 좋은가.

경남 통영 쪽으로 가면 길가에 동백이 참 많다. 경남 거제 다대면쪽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수국이 지천이다. 저마다 자기가 좋아하는 꽃을 심어 서가 아닐까? 분명 누군가의 취향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각기 다른 꽃이 심어져 있을까.


작약꽃 하나가
꽃망울 밀어 올리더니만
꽃 피우고 있습니다
누가 심었는지
그 마음 하나가
나를 움직일 수 있다니
선하디 선한
누군가가
참으로 고맙고
아름다운 봄날입니다.

책 한 권 중에서

그래 누군가에게는 고마운 꽃으로 누군가에게는 감사의 꽃으로 그렇게 피어 있어 주어 고마운 날들이다.

살아가면서 나도 누군가에게 고마운 꽃이었던 적이 있을까? 누군가 나를 보며 어느 한 계절을 떠 올려줄까?

나도 누군가에게 꽃이고 싶은 마음이 많이 드는 어느 초 여름 바람에게 살짝 물어보려 한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꽃이었던 적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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