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지개 : 해가 서쪽 지평선이나 산너머로 넘어가는 곳의 순우리말
가여운 꽃이여
아침에 피어 못다 한 사랑 만나려
그렇게 고운 치장을 하였는데
끝내 만나지 못해
해지개를 보며 고개 숙였느냐
창밖에 핀 가녀림이여
그대 바라보는 곳
나 있음이니 슬퍼하지 마소
가슴으로 담았으니
해가져서 나 또한 진다 하여도
가여운 꽃이여
담장을 기웃거리는 것도
작은 이유가 있음이기에
짧은 사랑 아닌
하루를 일 년처럼 살아지려무나.
꽃말: 기쁜소식
나팔꽃의 슬픈 전설
옛날 중국에 아름다운 아내를 가진 화공이 있었습니다. 마음씨 나쁜 원님은
화공의 아내를 탐냈으나 말을 듣지 않자, 무고히 옥에 가두고 말았습니다.
화공은 밤낮으로 아내만 생각하다가 어느 날 남몰래 그림을 한 장 그려서
아내가 갇힌 감옥 밑에 파묻고는 그만 미쳐서 죽고 말았습니다. 그 날부터 아내의 꿈에 매일 남편이 나타나서 말없이 있다가 가곤 했습니다. 이상하게 생각한 아내는 어느 날 창 밖을 내다보니 거기에는 한 송이 나팔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죽은 남편의 혼이 나팔꽃이 된 것입니다.
어디 사연 없는 것이 하나라도 있을까. 우리도 수많은 사연을 가지고 살아가는데 어찌 저기 저 꽃이라고 사연이 없을까.
비 내리는 날이면 노래 가사처럼 누군가 생각이 나고 길 가다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느낌의 노래에 고개 숙이고, 바람결에 무심히 날아오는 향기에 그 사람이 있나 보다 하며 가슴 떨리던 때가 있지 않았을까. 그런 추억 하나 없다면 무슨 맛으로 살아갈까 하기도 한다. 그래서 추억은 참 좋은 것인가 보다.
당신이 내 안에 있는지, 또는 내가 당신 안에 있는지,
내가 당신을 과연 소유했는지, 확신하지 못하겠습니다.
우리 둘은 '우리'라는 새로 만들어낸 다른 존재 안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둘 다 스스로를 잃고 다른 존재를,
우리 두 사람이 서로 얼혀들어 하나로만 존재하는
그 무엇인가를 창조해낸 겁니다.
맙소사! 우린 사랑에 빠졌습니다.
로버트 제임스 윌러.
그렇게 사랑은 아무도 모르게 오고, 또 아무도 모르게 떠나 버립니다.
저 꽃도 그렇게 슬퍼 밤이면 울어 고개 숙여 입 다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가끔은 꽃 앞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고 서 있을 때가 있다. 아무 이유도 없이, 너무 아름다워서도 아니다, 너무 못나서도 아니다. 무심코 나를 보는 듯한 느낌에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너도 나처럼 갈 곳이 없구나, 너도 나처럼 누굴 기다리는구나"라고 말하고 싶은지 아님 벌써 그렇게 말하고 이미 단정 지어 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출근길에 만나는 많은 사람들과 가로수 아래 핀 아주 작은 풀꽃에게도 봄은 스치 듯 지나갔고 또 다른 더움이 길을 함께 걷는데 그 누구도 계절이 바뀐 것에 대한 화재거리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꽃들은 서로의 자리를 내주며 이야기한다. 여름이야.라고...
그래 이제 여름이구나. 그 사람 더위를 참 많이 타는데. 라며 오늘도 혼잣말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