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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May 03. 2016

그리운 꽃의 書 -19-아이리스

버리려 합니다

가슴에 묻으려 했던

수많은 이야기를...

 

상처로 돌아올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깊이 사랑하였던

마지막 눈물이여

 

미칠듯한 그리움에

가슴만 아려오는데

너는 고개만 숙이는구나


꽃말 : 기별(소식), 존경, 신비한 사람

사랑이라는 것은 정말로 위대하다고 할 수 있다. 이 꽃을 보고 있으면 정말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전설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요즘은 왜 진실로 사랑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 하고 몇 번이고 묻기를 반복한다. 나의 이십 대에는 정말 낭만이란 것이 존재를 하였구나 한다. 지금 지나간 시간을 되돌려 보면 그렇다. 그리고 왜 드라마나 영화가 복고풍으로 간간히 소개를 할까? 그건 너무도 빠르게 바뀌는 세상 탓일 것이다. 결코 옛 향수만이 아닐 것이다. 휴대전화가 없을 시절 우리는 어떻게 약속을 하고 어떻게 만날 수 있었을까? 그건 약속이었다. 언제 어디서라는 마지막 인사를 하고 뒤 돌아서면 그것을 잊을까 작은 수첩에 적어두고 달력에 동그라미를 쳐 두던 그 시절에는 정말 낭만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가로등이 켜지는 시간이면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살며시 잡은 손은 감점이라도 될 것 같은 그 느낌이 지금의 세대에게는 존재할까?

아이리스의 전설을 보고 있으면 더욱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옛날 이탈리아에 ‘아이리스’라는 아름다운 소녀가 살고 있었습니다.

모든 청년들은 귀족의 딸인 아이리스를 여왕처럼 떠 받들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리스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지 않고 누구에게나 상냥했으며 가난한 이웃을 보면 기꺼이 도와주었습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 사이에 인기가 대단했어요.

어느덧 아이리스도 결혼할 나이가 되었습니다. 부모님은 아이리스를 어느 귀족 집안에 시집보내기로 했습니다.

아이리스는 얼굴도 본 적 없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부모님의 뜻에 따라 그 귀족 청년과 결혼했습니다.

결혼하고 한 해 두 해 지나다 보니, 아이리스는 처음엔 남 같기만 했던 남편을 조금씩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10여 년이 흐른 뒤, 아이리스의 남편은 갑자기 병에 걸려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아이리스는 슬픔에 잠겨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과부가 된 아이리스는 여전히 젊고 아름다웠어요. 그래서 귀족들이 끊임없이 청혼을 해 왔습니다.

하지만 아이리스는 모두 거절하고 푸른 하늘만을 벗 삼아 지낼 뿐이었습니다.

어느 날 산책을 하던 아이리스는 우연히 길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젊은 화가를 보게 되었습니다.

화가가 그려 내는 하늘 빛깔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아이리스는 그에게 관심이 갔습니다.

두 사람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금세 친해졌습니다.

몇 년을 만나면서 화가는 아이리스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청혼했지요.

“아이리스, 난 그전부터 당신만큼 하늘을 사랑하는 여자를 아내로 맞이하고 싶었어요.

내게도 그 마음을 조금만 나누어 주지 않겠어요?”

 아이리스는 화가와 계속 좋은 친구로 지내고 싶었기 때문에 그 청혼을 거절했습니다.

화가는 포기하지 않고 하루도 빠짐없이 아이리스를 찾아왔습니다.

아이리스는 그 정성을 계속 물리치기보다는, 차라리 어려운 조건을 걸어 화가 스스로 포기하도록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저와 결혼하고 싶으시다면 제 부탁을 들어주세요.”

  “부탁이라니! 어떻게 그것이 부탁일 수가 있겠어요? 차라리 저의 영광으로 알겠습니다.”

아이리스가 자신의 청혼을 받아들였다고 생각한 화가는 기쁨에 들떴습니다.

하지만 결혼을 승낙하는 조건을 그리 쉬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꽃을 그려 주세요. 살아있는 듯 향기가 나는 꽃! 나비와 벌이 날아와 앉을 만큼 생기 넘치는 꽃 말이에요.”

사랑의 힘은 정말로 크고 놀라웠습니다. 그 날부터 화가는 집에 틀어박혀 그림만 그렸어요.

먹지도 자지도 않고 오직 꽃 그림만 그렸습니다.

며칠 후, 드디어 화가는 사랑하는 여인이 만족할 만한 꽃 그림을 완성했습니다.

화가가 들고 온 그림을 보고 아이리스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 그림은 정말로 손을 대면 꽃잎이 팔랑거릴 것만 같았거든요.

잠시 그림을 보던 아이리스는 짐짓 못마땅한 듯이 고개를 저었습니다.

“향기가 날 만큼 생생하지는 않군요. 나비도 벌도 모른 척하고 지나갈걸요.”

순간 화가의 얼굴에 실망의 빛이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화가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그만 돌아서려는 참이었어요.

어디선가 노랑나비 한 마리가 날아와 꽃 그림에 살포시 내려앉았습니다.

그리고 마치 살아 있는 꽃에 앉아서 꿀을 빨듯이 더듬이를 꼼지락거렸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화가는 기쁨에 겨워 자기도 모르게 소리쳤습니다.

  “성공이다, 성공!”

결국 아이리스도 눈물을 글썽이며 화가의 품에 안겼습니다.

“아, 정말 아름다운 꽃이에요. 당신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군요.”

그 후 사랑하는 여인 아이리스의 이름이 붙은 그 꽃에는, 두 사람을 맺어 준 달콤한 향기가 그대로 남아 있다고 합니다.


정말 전설일 뿐일까?

아니면 이런 사랑을 한 번은 하고 싶은 바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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