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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May 02. 2016

그리운 꽃의 書 -18-꽃다지

개나리가 살랑거려 떨어진 모양인가

가만 바라보면 너는 무표정으로

나지막이 시선 낮춘다.


점점이 박힌 보석 같은 진객에게

곁에 핀 냉이꽃이 하얀 잇몸을 보이고

사이사이 무심한 작은 꽃이 노랗다.


눈길 피하려는지 고개도 숙이고

수줍은 표정 숨기려고

작게 미소 짓는 봄의 그리움


뽀송뽀송한 솜털로 턱 괴고 앉아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으려

바닥에 붙은 노란 꽃이 참 무심하다.



꽃말; 무관심


조용한 산길은 나를 더욱 조용하게 만들고 그 사이사이로 불어오는 관심 없이 지나가는 바람에게서도 나는 위안을 받고, 걷기를 반복하며 두리번거리 기를 반복한다. 봄이면 늘 이런 식의 방황을 한다. 숲길에서 뭔가의 속삭임에 이끌려 두리번거리다 보면 어김없이 방긋 웃는 꽃들이 지천이다. 마치 말을 걸어오는 듯하여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기도 한다. 그중에 하나인 앙증맞은 이 꽃은 걸음을 멈추기에 아주 재격이다.

장미처럼 충분히 아름다운 것도 아니다. 연꽃처럼 기품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시골 아낙 같은 꽃이다.

논에서 밭에서 일을 하던 아낙들이 지나가는 사람을 힐긋 보곤 일을 하듯이 이 꽃은 그렇게 무관심한 꽃이다.

그런데 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작고 노란 꽃이 나에게 "봄이니까 널 볼 수 있는 거야. 너도 날 보고 섰잖아"라고 말을 걸어오는 듯하기 때문이다.


이 마음의 안정이라는 것은 무기력으로부터 오는 모든 사물에 대한
무관심을 말하는 것이다.
무디어진 지성과 둔해진 감수성에 대한 슬픈 위안의 말이다.

인연 중에서.


그런 생각을 해 봤다.

나는 얼마나 많은 무관심으로 그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을까? 때로는 차가울 정도로 무관심한 것이 나이기에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나 보다. 어떤 이는 너무 냉정하다. 또 어떤 이는 참 차가운 사람이다.라는 말들을 참 많이 한다. 실은 안 그런데...

깊이 알고 지내는 사람들은 절대 그렇게 말을 하지는 않는다. 내가 이 꽃을 보고 넌 무관심한 것이 아냐 그저 꽃말일 뿐이야 라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마 나 자신을 이 꽃에 견주어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꽃은 그 모습 그대로가 예쁘다. 그 꽃말이 무엇이 되었건 그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 길가에서 언제나 나를 보고 방긋 웃는 꽃이 얼마나 고마운가. 

봄은 그래서 향긋하기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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