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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May 13. 2016

그리운 꽃의 書-22- 밤꽃

원제 : 밤꽃이 지면

사윌 줄 모르는 열꽃

하늘도 가늘게 한 곳을 물들이고

번지고

뭉치여 간다 


먼지로 멍이 든 신작로에

한풀 꺾여 나뒹구는 꽃

버려질 리 없는데

바람은 세월을 꺾듯 가지를 꺾어 비를 만나고 있다 


풀꽃 번져 가는 산허리

주춤거리는 긴 꽃으로

목을 매는 듯이 주렁 거리는 꽃내를 맞으며

산은 작은 밤을 잉태하고 있다 


담아도, 담아도 넘치지 않는

너는 열꽃으로 피었다가

세월 빛으로 익어 가는

붉은 밤알로 사립문을 열고 가을로 오겠지

잔영으로 남겨진 노래하면서...



이맘때면 아카시아가 온 산을 덮고서 하얀 향을 말리려고 서로 몸을 비비적거리고 그 사이로 분칠 한 밤꽃이 가느다란 허리를 흔들고 있다. 고운 분 바르고 누구를 기다리는지 시샘하는 바람은 그 분가루를 날려버린다. 딱 이맘때면...

언제부터인지 밤꿀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 진한 향이 너무 좋아 따뜻한 물에 타서는 가끔 한잔씩 마시던 그 꿀을 참 좋아한다. 물론 아카시아 꿀, 잡화꿀 등 많은 꿀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밤꿀을 참 좋아한다. 아마도 추억 한 술 떠먹는 기분이라 그럴지도 모른다. 내 추억 속의 밤꿀은 외가댁에서 부터였다. 아마도 온 산이 밤나무 숲이었던 외가댁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시절에는 너무 달고 그 향이 너무 과하다는 생각에 약간은 멀리 하였는데 꼭 꿀 딸 때가 되면 외가에서 보내오는 밤꿀 단지가 나를 괴롭혔다. 기관지가 좋지 않은 나에게 밤꿀은 그냥 꿀이 아닌 약이었으니 당연히 싫었다. 아무리 맛난 음식도 약이다 생각하면 그 맛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 그리고 함께 동봉되어 오는 밤버섯은 참 좋아라 했다. 그 육질이 참 좋았으니까. 그리고 고기처럼 맛 또한 좋았으니까 그랬지만 유독 밤꿀만은 "으..." 하며 싫어했고 또 많이도 먹은 꿀이다. 지금은 그 밤꿀이 참 그립다. 그리고 사다 먹을래도 잘 없는 것이 이 밤꿀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내 어릴 적 추억이라 그런지 참 많이도 그립다.



그녀의 몸에서

아카시아꽃 향기가

납니다.


또 다른 향기가

들립니다.

향긋한 밤꽃

향기가 들립니다.


한진섭 님의 비가 오네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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