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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May 16. 2016

그리운 꽃의 書 -23-피나물꽃


노란 꽃이 손 내민다.

두툼한 낙엽 방석 깔고 앉아

한 잎으로 제 속을 보라하고

두 잎으로 귀를 열라 하여

세 번째 잎으로 눈 감고 느껴라 하니

네 번째 노란 꽃잎이

이제 알겠지 한다.



꽃말 :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봄이면 산길을 걷다 잠시 쉬기 위해 졸졸 계곡에서 아직은 차가운 물을 잡을 때 곁에서 한 무리 피나물꽃이 바라본다. 모두 한 곳을 보는 것처럼 어쩌면 말이라도 걸고 싶은지 바람에 짧은 목을 늘어뜨리고 노란 손을 흔든다. 봄엔 산길이 참 즐겁다. 작은 노트 한 권 옆에 끼고 산책하듯이 걷는 산길은 일 년 중 봄에만 가능한 듯하다. 가을에는 낙엽 밟는 소리에 홀리듯 사방을 불러 볼 수가 없다. 하지만 봄이라면 충분하다. 이제 시원하게 느껴지네 하며 바람을 보고 나무 그늘이 좋아 잠시 쉬며 너 참 잘생겼구나 네 품이 이렇게 컸었나 하며 그늘의 품에 안길 수 있고, 겨우내 얼었던 계곡이 녹아 보석처럼 빛나며 흐를 때 그 곁을 지키는 많은 꽃들이 봄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낙엽 밟으며 산길을 걷는데
살며시 다가와 팔짱 끼고 친구되어
주는
그대는 누구십니까

윤보영 님의 그대는 누구십니까 중에서

물빛에 어리는 바람이 참 좋다.

살짝 신 벗어 발 담그니 온몸으로 전해지는 남은 겨울의 잔상이 나를 짜릿하게 만든다. 그래도 좋다.

내게 이렇게 행복한 시간을 주는 산, 흐르는 물에게 감사를 한다. 이제 곧 이 흐르는 물이 더위를 식혀주는 시원한 물이 될 것을 생각하니 넌 참 묘한 녀석이구나 싶다. 

이제 녹음이 우거지는 초 여름 산을 만나게 되겠지. 조금은 땀을 더 훔치며 걸어야겠지.

요즘은 둘레길이 유행처럼 번지다 보니 흙을 밟을 수가 없다. 가지런하게 자로 잰 듯이 똑 바르게 만들어진 데크가 그리 마음 편하지가 못한 것이 나에게 산은 오솔길을 한적하게 걷는 것이 좋은데 낮은 산에도 이렇게 둘레길을 만들어서는 흙이 그리워지게 만드는지...

하긴 나 같은 사람이 몇이라고 하며 위안을 삼기도 한다.

그래도 나는 산길의 흙이 좋다. 못생긴 돌부리를 살짝 건드리며 걷는 산길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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