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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Jun 05. 2016

그리운 꽃의 書 -31-양귀비

가녀린 허리로 고개 숙여

수줍어 피지 못하였느냐

이슬로 단장하더니

너는 네 속을 물들여

속치마 잡고 겉치마로 

바람을 유혹하여

여인의 모시 치마에 비치는

속살처럼

요염하게 피었구나

보여주지 않았던 너의 속은

잇몸 보이지 않은 미소처럼

빨간 입술 닮은

데메테르의 눈물이었다.

바람에 하늘거리는

춤추는 향기였다.


꽃말.
주홍색 양귀비 : 약한 사랑, 덧없는 사랑
흰 양귀비 : 잠, 망각
붉은 양귀비 : 위로, 위안, 몽상
자주색 양귀비 : 허영, 사피, 환상

하염없이 바라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꽃.

이맘때면 너는 세상의 들판에 무수히도 많이 피어있다. 어느 강변을 걷고 있으면 주홍빛으로 나를 유혹하고, 그 자리에 맥없이 주저앉아 너를 만지고 너를 바라본다. 그래서 나는 너의 용염한 모습에 이끌려 이른 아침 또 너를 만나러 가고 너는 촉촉하게 이슬 머금고 곁눈질을 하며 나를 맞아주고 그 길은 여전히 나를 너에게로 이끄는 마력이 있어 좋다. 어느 꽃인들 나를 즐겁게 하지 않을까마는 너는 유독 나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어 좋다. 마치 눈동자에 눈물이 맺히고 그 눈물로 투영되는 흐릿한 모양과도 같이 너는 늘 몽롱한 유혹이다. 화분에 심어 두었던 씨앗이 어느 사이 꽃으로 답을 하는구나.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 꽃인지도 모른다.

유치환 님의 행복 중에서

당나라 현종의 황후이며 최고의 미인이었던 양귀비에 비길 만큼 꽃이 아름답다고 해서 지어진 양귀비꽃은 그리스 신화에서 곡물, 대지의 여신인 데메테르가 저승의 지배자인 하데스한테 빼앗긴 딸 페르세포네를 찾아 헤매다가 이 꽃을 꺾어서 스스로 위안을 찾았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이 꽃은 아름답다. 마약의 원료로 사용되는 아주 위험한 식물인 이 양귀비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재배가 법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양귀비의 씨는 빵, 베이글 등에 쓰이고, 씨를 기름으로 짜내서 쓰기도 한다. 씨에는 마약 성분이 거의 들어있지 않다고 한다.

속명(屬名)이 “파파베르 솜니페룸 엘(Papavr Somniferum L)” 및 “파파베르 세티게름 디・시(Papavr Setigerum D C)"인 2종류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규제 대상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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