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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Jun 02. 2016

그리운 꽃의 書 -30-개망초

국화향이 날까

낮은 눈 맞춤에

고개 숙여버린 너


하얀 머릿결

찰랑거리며

날 보는 너


들판을 이불 삼고

다소곳이 모여 앉아

내 이야기하는 너


그런 너를

나는 국화였느냐

하고 묻는다.


꽃말 : 가까이 있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고 멀리 있는 사람은 가까이 다가오게 해준다

들판에 피는 꽃이지만 그 이름이 맘에 들지 않아서 나는 돌잔꽃이라고 부른다. 돌잔꽃은 순우리말로 북한에서 부르는 이름이지만 그래도 나라 망하게 하는 꽃이라는 말보다는 더 정감이 가는 이름이라 나는 돌잔꽃이란 이름이 좋다.

어디에서 든 볼 수 있는 꽃 그리고 그 흔한 모양이 구절초 같기도 들국화 같기도 해서 많이들 헷갈려한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이 꽃은 마치 계란 프라이 같은 생김 때문에 계란꽃이란 이름도 있으니 구분하기 좋을 듯하다.

개망초는 망국초, 왜 풀, 개망풀이라고도 한다. 개망초는 일제 1910년 한일합방 즈음에 들어온 귀화식물이며 개망초가 갑자기 퍼지기 시작하며 1905년 을사조약이 맺어졌기에 이름 중에 ‘망초(亡草 )’는 나라를 망하게 하는 풀이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전해집니다.
눈치코치 없이 아무 데서나 피는 게 아니라
개망초꽃은
사람의 눈길이 닿아야 핀다.

안도현 님의 시 중에서.

그랬다 꽃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존재가 아니라 내가 그리워 꽃을 찾는 것이었다.

나 역시 그러했으니까. 이맘때 피는 꽃 중에서 참 정이 많이 가는 꽃이긴 하다. 학창 시절 이 꽃 이름이 재미있어 "이게 무슨 꽃인지 아나?"라고 여자 친구에게 물으면 "국화 아이가?"라고 답을 했다.

"바보야 국화는 가을에 피는기라. 이그는 개망초 라카는 꽃이라 알겠나"라고 어깨 힘을 주던 기억이 있다. 아마 그 아이도 이 꽃을 보면 그때의 나를 기억할까? 


어쩌면 모든 꽃들은 그 누군가에게는 그리움일 것이다. 어떤 꽃을 보면 할머니 생각에 그립고, 어떤 꽃을 보면 먼 타국으로 떠나셨던 내 어머니가 그립고, 또 어떤 꽃을 보면 가물거리는 기억 속 아련한 그 사람이 떠 오른다. 마치 비가 오면 누군가 그립듯이 나는 꽃을 보면 누군가 그립다. 그리운... 그래서 그리운 것이 꽃이 아닐까. 

그리움은 죄가 아니라며
너그러운 속마음 보인 체
지천에 핀 망초꽃
한낮 뙤약볕 밀려올 땐
흔한 웃음보이며
내면의 그늘 숨기려 한다.

곽대근 님의 망초꽃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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