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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May 31. 2016

그리운 꽃의 書 -29-금계국

코스모스를  너는

노란 길잡이였다.


햇살 등 지니

너의 속살이 비치고

해바라기 인양 하늘만 보는

바람에 고개 돌려

바라보는 강물도

너와 눈 맞춘다.


조용한 길을

햇발로 걷는  처럼

줄지어 걷는 너는

나도 멈춰 서게 만드는

너는 노란 코스모스였다.


강변에는 여름 꽃이 한창이다. 이름을 거론하기엔 너무 많은 종의 꽃이 피어있다. 자전거를 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둘러본 강변은 운동하는 사람, 산책하는 사람, 그늘에 앉아 사랑을 속삭이는 사람들, 그렇게 꽃처럼 다양하게도 피어 있다. 나도 그중에 하나로 피어있겠지.

여름이면 경남 거제도로 낚시를 가는 일이 많다. 내가 자주 가는 남부면 쪽 해안도로에는 어김없이 금계국이 길을 따라 함께 걷고 있고 동행하는 이들이 "저건 머꼬? 벌써 코스모스가 피나?" 경상도 남자 특유의 어투로 묻곤 한다. 그럴 때면 나는 "코스모스 모르는가베" 그러면서 웃고는 창 밖으로 손 내밀어 꽃과 손 맞춤하고파 한다. 그래 누가 봐도 저건 코스모스로 착각하겠네 하기도 한다.

바다 쪽으로는 금계국이 한창이고 다른 한쪽에는 수국이 한창이다. 그래서 이 길이 참 좋다. 누군가 그리운 사람과 함께라면 걷고도 싶은 길이 이 길이다. 그럴 수 있겠지..

 


나 그대에게 작은 행복드립니다
나와 함께 동행하는 동안
얼마 큼의 시간이 지나 갈는지
모르지만
기분 좋은 산책길이 되었으면 합니다.

나 그대에게 드리는 작은 행복 중에서

가을이면 코스모스가 길을 잡아주고 이 계절에는 금계국이 그 길의 길잡이를 대신하고 있는데 어째서 나는 그 길을 걸을 수 없는 것인지. 단 몇 분이라도 꽃에게 손 내밀며 걸으면 참 좋으련만 그러지 못하는 마음은 아마도 빈 마음이기 때문이 아닐까. 사람은 모두 한결같은 마음일 것이다.
"이거 재미없어 하지만 너와 함께면 재미가 있을 수도 있겠다"라는 말을 내심 속에다 품고서 "그래 하자"라고 말을 하였을 것이다. 연애 시절에는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난 연애를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차창밖으로만 손 내밀뿐 걷지를 못하는 것일까? 허허롭기만 하다. 매년 이 맘 때면 늘 같은 마음으로 이 길을 지나고 있다.

아마도 내년 이맘때에도 나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이럴 때는 딸아이라도 함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전화라도 해 볼까? 분명 "아이 이렇게 더운데" 하며 또 나처럼 못 이기는 척 함께 걷겠지. 이제 다 컸구나 하며 머리를 쓰다듬으며 우린 함께 걷고 있겠지. 노란 그 길을...

그래 전화해 봐야겠다. 이 꽃이 지기 전에 잔소리를 듣더라도 그래야겠다.

오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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