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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May 29. 2016

그리운 꽃의 書 -28-금낭화


꽃말 :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너를 보면 내 가슴이 뛴다

너는 내 심장을 닮아

바람에 쿵쿵 뛰고 있지 않느냐.


무얼 말하려고

수줍게 고개 숙여

몸 마저 흘든거리느냐.


이슬에도 수줍어 몸 흔들고

바람의 손 맞춤에도 수줍어

콩콩 뛰는 너의 심장 소리가 들린다.


당신이 이 꽃을 보기 전에는,
이 꽃은 당신처럼 외로운 존재.
당신이 이 꽃을 바라보는 순간,
비로소 꽃의 빛깔이 선명해지니,
이 꽃이 당신의 마음속으로 들어간다.

룽잉타이 눈으로 하는 작별 중에서

너를 보면 가슴이 뛴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그냥 뛴다.

우리글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그냥이다. "뭐가 그렇게 좋아?"라고 물으면 "그냥"이라고 답을 한다.

이유가 있으면 안 되는 말에는 그냥이라고 답을 한다. 꽃을 보고 심장이 뛰는데 이유가 있을까? 이유가 있으면 안 된다.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벌써 다음을 생각하는 것이기에 나는 그냥이라고 답을 한다.

그냥 널 보면 심장이 뛴다. 내가 처음 사랑을 할 때에도 이유 없이 그냥 좋았으니까. 


그냥(부사)
1. 더 이상의 변화 없이 그 상태 그대로.
2. 그런 모양으로 줄 곧
3. 아무런 대가나 조건 또는 의미 따위가 없이.

나에게 그냥은 3번이다. 그냥 이유가 없다. 그래서 이 단어가 참 좋다.

나는 금낭화를 보면 그냥 가슴이 뛴다. 이유도 없이 아니 이유를 찾을 필요도 없이 그냥 뛴다.



나에게 금낭화는 할머니의 속바지에 달려 있던 주머니처럼 보인다. 이 꽃이 필 즈음이면 난 어김없이 아무런 날도 아닌데 할머니 산소를 찾는다. 어릴 적 기억 속 할머니의 주머니는 혹부리 영감의 노래 주머니와 같은 것이었다. 무엇이든 나오고 또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게 마지막으로 그 주머니를 열었을 때는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하기 싫었다. 아니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8월 12일 아침 곱게 단장을 하시고 어렵게 앉으셔서는 큰 손자의 큰 절을 받으시며 온화한 미소로"그래 잘 다녀와. 네 아비도 잘 다녀왔으니 너도 건강하게 잘 다녀와야 해. 알았지" 하시며 주머니에서 여러 번을 접고 접어 두었던 만 원권 오만원을 건네주시며"훈련받을 때 배 골치 말고 먹고 싶은 거 사 먹어" 하시며 내 엉덩이를 힘 없이 토닥거려 주셨다. 그것이 마지막 인사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나는 입대를 하였다. 그것이 마지막이 될 줄 알았다면 그렇게 입대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연기를 하여서라도 할머니의 마지막을 지켜드렸을 것이다. 내겐 엄마와 같은 존재였으니...

나는 이 꽃을 보면 여지없이 가슴이 뛴다. 그리고 이렇게 한줄기 눈물이 이슬처럼 꽃잎에 맺히게 된다.

나는 그냥 좋다.

나는 그냥 가슴이 뛴다.

금낭화 전설

옛날 어느 나라에 한 왕자님이 살고 있었대요. 
왕자님은 마음이 매우 착하고 순박한 사람이었다. 
그러한 왕자님 앞에 매우 아름다운 한 아가씨가 나타나고, 
왕자님은 그 아가씨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아가씨는 아름답기는 하였지만 
아주 거만하기 짝이 없는 아가씨여서 왕자의 사랑을 외면했다.

어떻게든 아가씨의 마음을 사기 위하여 여러 가지 방법으로 
청혼을 하여 보았지만, 아가씨는 늘 쌀쌀맞게 거절을 하곤 하였대요.
너무나 슬프고 상심한 왕자님은 그만 창으로 가슴을 찔러서 죽고 말았다.

피를 흘리며 죽은 그 자리에 묻힌 왕자님의 무덤 앞에 
이듬해 주렁주렁 눈물이라도 맺힌 듯한 꽃이 피어났다고 하는데, 
그 꽃이 바로 금낭화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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