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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Jun 09. 2016

그리운 꽃의 書 -32-수국


하나라면 이리도 아름다울까

둘이라면 그리도 아름다울까

너는 모두 모여야만 아름다우니

헤어지지 말아라.


종이로 붙인다한들 널 닮을까

그림을 그린다한들 너와 같을까

너는 바람도 쉬게 만들어버리니

그렇게 있어다오.



꽃말 : 냉정, 냉담, 무정, 변덕, 변심
하얀 수국의 꽃말은 변덕, 변심
파란 수국의 꽃말은 냉정, 거만, 무정
붉은 수국의 꽃말은 소녀의 꿈, 처녀의 꿈

어느 초 여름 아무런 생각 없이 버스에 몸을 담고 가까운 부산으로 향했을 때 30여분의 지하철을 타고 또 시내버스를 타고 또 30여분을 달려서 너를 만나러 갔던 기억이 펜을 잡게 만들었다. 혼자 걷는 태종대길은 느림보와 진배없었고 그 시간 그 사람도 그 길을 걷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들었을 때 멍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가 알기도 전에 우리는 같은 날 같은 시간에 그곳에서 서로 지나쳤을 것을 생각하니 웃음이 먼저 나오고 곧이어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확하게 1년 후 우리는 하늘도 가늠하기 힘든 먼 거리를 사이에 두고 만났고 산소호흡기를 달고서 다시 한국땅을 밟게 만든 그 사람. 이러면 안 된다는 킴의 만류를 뿌리치고 나는 그렇게 인천공항에 도착했었던 기억이 오늘은 꽃보다 더 나를 아프게 만든다. 사랑은 그렇게 목숨을 걸 만큼 고귀한 것이란 것을 알았을 때와 그 사랑이 떠날 때는 어쩌면 홀가분 한 느낌이 드는 것은 내가 나이와는 상관없이 사랑에는 숙맥이라 그런가 보다. 하지만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은 아프다는 것이다. 참 많이도...

나는 지금도 수국이 필 때면 태종대를 걷고 싶어 진다. 하지만 그러지를 못하는 것은 그 아픔 때문 일 것이다.

내게 수국은 아픈 꽃이기 때문이다.


수국을 흔히 배신의 꽃으로 의인화하는 경우가 참 많다. 왜 그럴까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수국은 일곱 번 색이 변한다 해서 그렇게 말을 하는가 보다. 처음 자주색 꽃이 피고 그 색이 연하늘색이 되었다가 다시 연홍색으로...

이러니 그렇게 표현들을 한 것이 아닐까. 아무리 사람들이 바람둥이 꽃이라고 혹은 배신의 꽃이라고 하여도 내게는 그저 아픈 꽃일 뿐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는 것이 나에게는 편안한 일상이라 여긴다.


더 없이 긴 하루를
기다려도
임은 오지 않고
서러운 수국은
꽃잎만 시절 몰래 떼어 놓았다.

달빛을 팝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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