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사진이 이렇게 많은지
둘이 만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사진만 찍었나!
다 지우면 생각나지 않을까?
설마...
그런데 그냥 두는 나는 뭐니!
오늘도 지난 추억만
만지작거리는 내 모습이
한심하기 보다는
지극히 정상이라고 말하고 싶어
보고 싶으니까...
이별 후에 오는 지극히 정상적인 증상이 아닐까?
한동안 그렇게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사진을, 사진첩에 넣어둔 사진을 우리는 꺼내보는 이상한 습관이 생긴다. 나도 가끔 그렇게 하고 이는 걸 보면 중증인 게 틀림없다.
이별 후에 우리가 하는 일 중 제일 먼저 하는 것이 사진을 지우는 것이다. 단정 지을 수 없지만 그럴 것이다.
그런다고 가슴속에 새겨진 추억이 지워지랴마는 그 순간이 악물고 이러면 잊을 수 있을 거야를 말하며 지우고 곧바로 후회를 한다. 그래서 그런 후회를 하지 않으려고 지우지 못하는 내가 불상하기도 하다.
반나절 뒤 과거에서 올 사람을
미래에 반나절 앞 섬에 기다리는 나
12516:My Book of Opposites 중에서
내 기억은 반나절도 안 되는 것일까?
자꾸만 까먹는 것이 이상하다.
언젠가처럼 잠깐의 기억이 모두 날아가 버린다면 그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
기억이라는 거 어쩌면 정신이 아닌 몸이 하는 언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기억 속엔 그 사람이 있는 듯 없는 듯하였는데 내 몸은 기억을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당연히 손을 잡고 그러고는 어색해하고 하지만 익숙함이 있는 것은 분명 내 몸이 기억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가끔 아주 가끔 그때처럼 기억할 수 없는데 내 전화기에 담긴 번호에 전하를 하고 누구냐고 묻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면 그때처럼 나를 다시 챙겨주지 않을까? 아니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소망으로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닐까?
기억은 결코 잊히는 게 아니야.
사라지지도, 없어지지도,
지워지지도 않아,
단지 맘속에 묻히는 것일 뿐...
그 기억 위에 또 다른 기억이
덮여서 묻히는 것일 뿐...
하나 남은 기억 위에 다른 기억을 덮고 싶지 않다.
그냥...
그냥 그 기억만 또렿했으면 좋겠다.
오늘도 흘러간 시간을 잡고 웃기도 눈시울 적시기도 하며 하릴없이 전하기만 바라보고 있는 내 모습에게 넌 정상이야 하며 날 위로한다.
보고 싶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