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나는 기다림

by 한천군작가

습관 아주 고약한 습관이 생겨버렸다.

종일 전화기만 만지는

종일 전화기만 멍하니 바라보는

벨 소리가 울리면 돌아보는

그래 아니란 걸 알면서도

왜 그 흔한 혹시나 에 목을 매는 걸까.


잊고 살아가는 거 참 쉽게 말하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그렇게 쉽던가요

아닌 걸 알면서도 태연하게 말하는

많은 사람들이 참 고약하기만 합니다.

나도 모르게 그 사람 곁을 맴도는데

마주칠까 멀리서만 바라보는데

잊고 사는 게 쉽다고요?


아플 때만 눈물이 나는 것은 아니라는 거

슬플 때만 눈물이 나는 것이 아니라는 거

다 알면서도 멈추지 않는 이유는 왜 모를까

오늘도 고약한 습관으로 하릴없이

또 전화기만 만지작거리고 바라본다.

분명한 건 오지 않을 전화라는 것을 알면서도

내 눈에 아직도 담겨 있는 그 사람 때문에




슬픈 것과 기다리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을 알면서도 기다리는 걸 보면 분명 바보라서 일 것이다.

사랑을 하면 누구나 바보가 된다는 말이 어쩌면 명확한 정답이라고 여겨지는 것도 어쩌면 수많은 경험으로 많은 사람들이 말하기에 그렇구나 한다. 아니 그렇다. 이별 후의 기다림은 왜 바보가 아닌데도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다. 이제는 말라서 흐르지 않을 것 같았던 눈물도 가끔은 나도 모르게 주르륵 흐르는 것도 내가 아직은 바보라서일까?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새들이 노래한다고 말을 한다지 아마, 이별한 후에 들리는 새소리는 분명 새가 울고 있다고 표현을 한다고들 한다. 그래서 창가에 가끔 들려오는 새소리가 그렇게도 슬피 울고 가는구나 했는지도 모른다. 이별은 그랬다. 너무도 슬픈 기다림을 안겨주는 아주 몹쓸 녀석이란 결론이다.

아주 못됀...


꿈길에
꽃잎이 흩날리던가요
혹여
라일락 향기에 취해
길을 잃으셨는지요

그토록 그립던 봄은 왔는데
아마도,
서로 그리워하다
오시는 길 잊혀진 모양입니다.

김중규 님의 기다림.


3층 계단을 올라가며 몇 번의 한 숨을 쉬는지 모른다. 현관 비밀번호를 아직도 못 바꾸는 이유도 어쩌면이라는 작은 기대 때문일 것이다. 아주 가끔 거실 불을 켜 두고 출근하는 이유도 아마 부질없는 그리움 때문일 것이다. 그런 날은 한숨이 적다. 계단도 씩씩하게 올라가고 여느 때와 같이 여덟 자리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으로 들어선다. 그리고는 길게 한숨을 쉰다. 나는 그 짧은 시간의 기쁨 때문에 간혹 아주 간혹 거실에 불을 켜 두고 출근을 한다. 그 슬픈 기다림 때문에...

나만 그럴까?

나만 그럴 거야.

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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