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 추억이야 외면하면 그만인데
왜
외면하지 못하는지.
손 닿을 것 같은데
왜
잡히지도 보이지도 않는지.
고인 눈물에 남은 잔영처럼
흐리게만 보이는 그 사람
잔 추억도 외면 마라 한다.
어쩌라고...
이별이란 것이 다 그런 것일까 하는 생각에 잠기다 쓴 글이다. 내 속에 남아있는 잔 기억들과 많은 사진들이 간혹 괴롭힐지라도 이별은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다. 어쩌면 향기 나지 않는 꽃처럼 보일지라도, 말려서 걸어둔 드라이플라워처럼 힘이 없을지라도 이별처럼 짙은 향기와 아련함이 있을까?
헤어지고 난 후에 우리가 가지는 아련함 그것은 아마도 남겨진 내 그림자처럼 혼자라는 것 때문에 오는 외로움이 슬픈 것일까? 설마 혼자라서 심심해서 라고 답하는 사람은 없겠지. 그럴 것이다. 이별을 그렇게 쉽게 말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만남을 가지며 진심이었을까? 아니면 속에다 담아두고 조금은 뻔뻔스럽게 보일지라도 혼자만의 속앓이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달력장을 넘기다 진하게 동그라미 쳐진 숫자를 보며 뭔 날인가? 고개를 갸우뚱하다 다음장을 넘겼다. 또 한 장을 넘기다 다시 그 동그라미를 보고 큰 숫자 아래 작은 숫자를 보며 씨익 웃어버렸다. "아직도 동그라미가 쳐져있네" 그 사람과의 처음 만난 날이다. 다시 달력을 앞으로 넘겨보니 예상했던 대로 또 하나의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다. 아무것도 안 적혀있고 그냥 진하게 동그라미만 그려져 있다. "챙겨주지도 못하는데..." 한다.
그 사람 생일이다. 이별은 이렇게 갑자기 오기 때문에 준비할 겨를도 없다. 이렇게 서로 헤어질걸 알았다면 저 동그라미는 그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잘 알고 있다. 내년에도 나는 습관처럼 그렇게 두 개의 동그라미를 그릴 것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