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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May 21. 2016

같은 하늘 아래 -22-

버스표 한 장
우두커니 서 있는 터미널에게
낯선 풍경을 묻는다.

강을 좌우로 끼고 달리고
건너는 다리에는
망연한 세상이 있다.

순장당한 기억들
지난해 수몰된 들판처럼
매몰된 기억들이 있다

자판기가 졸고 있는 로비는
유리창 너머 하늘을 보는데
아직도 도착하지 않는 그리움에
벚꽃 향 지듯이 떨어지고만 있다.



어느 시골 터미널에서 누구를 기다리는 것도 아닌데 마냥 앉아 있어도 봤다. 물론 좋게 포장을 하면 누군가를 기다리는 느낌이지만 배차시간이 아직도 까마득해서 어쩔 수 없이 버스를 기다리며 앉아 있는 것인데 누군가에게는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행복한 시간으로 비쳤는지도 모른다. 책장을 덮고 자판기 앞을 서성거리다 결국 동전을 넣지 못하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 원하는 커피를 사 나왔고 습관처럼 늘 두 개를 사는 나를 보고 또 놀란다. "하긴 뭐 가방에 넣어뒀다 나중에 마시면 되는 거지. 역시 준비성이 아주 좋아" 하며 나를 위로한다. 혼자만의 여행은 늘 이런 식이다. 하지만 하늘만 보면 혼자가 아닌 듯 한 느낌은 나만 그런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도 그런지 어떨 때는 궁금하기도 하다. 뭐 어떤가 난 좋은데...


결핍 속에 살아보면 알게 되죠.
어둠을 가르고 달리는 마지막 버스의
지친 브레이크 소리가 얼마나 아프게
다가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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