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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Mar 31. 2016

같은 하늘 아래 -23-

아스발트를 꺾어 신고 몸을 부린다

따라 걸어오는 쇼윈도의 슬픈 마네킹이

어색한 미소로 눈물 빛 웨딩드레스를 입고

고여있는 하늘빛 그리움의 어린 샘이 되어

저당 잡힌 시간은 멈춰 있는데

등나무 시렁이 치렁치렁 울고

그대에게 나는 담쟁이덩굴이 되어

그대 담에 기어오르고 있습니다

그대 모르지만...


줄 수 있을 때의 기쁨을 아는가?

그리고 받는 것보다 줄 때의 행복함을 아는가?

누군가에게 준다는 것은 결코 내 것이 남아서가 아니다. 내가 너무도 풍족해서도 아니다. 나누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받은 행동이지만 늘 이걸 줄까 저걸 줄까 하며 내 나름의 잣대위에서 이리 재고 저리 재기를 반복 하였다. 그래서 후회가 참 많은가 보다.

하지만 사랑을 줄 때에는 결코 나름의 잣대를 버리고 순수하게 줘 버렸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더라도 미소가 나올 수 있도록 나 자신을 토닥거릴 수 있도록 말이다.

비 오는 날이면
빗방울 맺힌 가녀린 풀잎
그 흔들림을 보다가
문득 보고 싶어서 왔다고
성큼 안개꽃을 내미는
그런 사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도 바라만 본다고 뭐라고 할까?

지금도 표현 없이 늘 큰 나무처럼 그늘만 만들어 줘도 그 그늘의 아늑함을 모르고 있지는 않을까? 난 그랬다. 주는 것에 익숙해서 사소함까지도 줘 버렸다. 내게 남겨진 것 하나 없이 그렇게 다 줘 버렸다. 그런데도 아쉽고 후회스럽다. 지금 만약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그때에 알았더라면 지금처럼 허허롭기만 할까. 아니 설령 알았더라도 모자람을 알았을 것이다. 그것이 사람 마음이니까. 하나만으로 행복할 수 없는 것이 사람이니까.

이 봄 파란 하늘에 솜사탕 조금 때어서 바람에 날려주고 다시 조금 때어서 흔들리는 꽃비에 묻혀서 구름이라도 만들 수 있다면 나는 웃고 싶다.

차창으로 보이는 벚꽃이 이제 바람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곧 바람따라 날아가 버릴 것처럼 바람을 만지고 있다. 내일은 하늘을 대신해서 저기 저 꽃잎을 내가 먼저 만나야겠다.

봄바람보다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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