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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Jan 30. 2017

같은 하늘 아래 -24-

소진(消盡)되어 버린 하늘 아래에
흑백 화면처럼 낡아버린 시절이
고통으로 눈뜨게 만드는데
나의 하늘은 둔감하게 느껴지고
순간순간 돌아오는 구름은
고착(固着)되어버리는 내 모습에
고통스러운 이별에 눈이 아려옵니다.
거꾸로 뒤집어 놓은 일기장처럼
거꾸로 꽂아 놓은 읽지 않는 책처럼...



전 사람의 인생은 잎새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봄에는 자라죠 강하게 건강하게 그리고 푸르게..
그리고는 나이가 들면 성숙해지죠.
가을에는 잎새와 같이 사라져 가죠 그리곤 돌아오지 않죠.

세상에서 가장 빠른 인디언 중에서.


그리움이 존재하는 것은 아직도 내 인생에 가을이 오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도 나의 인생은 푸른 잎이라고 자부를 하기에 그리움 역시 그 빛을 가졌을 것이다.


오래전부터 습관처럼 읽지 않은 책은 거꾸로 꽂아 두는 버릇이 있었다.

한눈에 들어오니 이걸 읽어야겠군 하는 나만의 표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대신 읽지 않은 책은 침대 옆, 거실, 화장실 등 내 눈에 아주 잘 띄는 곳에 둔다.

그리고 그것을 집어서 읽는다.

습관 혹은 버릇을 고치려면 먼저 그것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먼저 떠 올린다면 바꿀 수 있다.

나의 그런 습관은 그리움이었다. 하지만 그 그리움을 거꾸로 꽂아 둔다고 그리움이 행복하게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 버릇을 고쳐 버렸다.

한결 편안해졌다는 것을 느꼈을 때 그 그리움의 색도 바래가고 있었다.

어떻게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가 중요하듯 나의 버릇도 그랬다.

하지만 여전히 그리움은 거꾸로 서서 걸어 다닌다.

내가 알아보지 못하도록 그렇게 온 집안을 걸어 다닌다.


https://youtu.be/7iJGL490f8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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