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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Jan 18. 2017

같은 하늘 아래 -20-

작은 골짜기가 생겼습니다
끊임없이 끼적이는 용기 잃은
深淵(심연)의 무게로
붉은 멍이 들어버린 하늘을
물끄러미 보고만 있습니다
그 하늘에도 깊은 골이 있는지...


삶에 되돌아 갈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과거라 부른다.

지난 시간을 그리워하는 것은 모든 인간이 가지는 공통점일 것이다.

어쩌면 태초의 신이 인간을 만들 때부터 그것을 하며 살라고 한 것 인지도 모른다.

인간이 살아가며 그리워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기억이 소멸되어 자기 자신을 잃고 살아가는 것일 것이다.


1990년

진주성에 바짝 붙어 있던 극장이 하나 있었다. 개봉관이었지만 왠지 가기가 조금은 꺼려지는 그런 허름한 극장이었다. 물론 좋아하는 영화가 걸리는 날이면 할 수 없이 가곤 했었던 추억 속의 극장.

그리고 그 극장의 사이에는 진주성의 담벼락을 만지며 오를 수 있는 좁은 골목길이 있었다.

그 위로 올라가면 시립도서관이 있었고 그곳은 학창 시절 새벽부터 줄을 서 자리를 잡아야만 했던 추억이 아련하기만 한 곳이 있었다. 그리고 개천예술제를 할 즈음이면 그 골목은 가만히 서 있어도 위로 혹은 아래로 내력ㄹ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인파가 지나가기도 한 곳이다.

지금은 사라져 버린 추억만이 남은 자리이지만 그곳은 지날 때면 여기쯤이었지 하며 높은 성벽을 올려다본다.

그 시절 이런 곳 앞에는 꼭 있었던 것이 있다.

사격장, 펀칭머신, 솜사탕, 번데기 등이 있었다.

여자 친구와 그곳을 지나던 남자들은 하나 같이 펀칭머신 앞에서 소매를 걷었다.

그런 풍경을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것은 어쩌면 잘 된 일인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기억 혹은 추억으로 있어야 더욱 빛나기 때문이다.

1990년 진주성 아래 제일극장
너와 하는 모든 약속을 다 지킬 수 있기를...

살아오며 가장 가슴 아픈 일은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어쩌면 엇갈린 운명이 주는 상실감과도 같은 것이었다.

가끔 추억이 하나씩 숨어서 술래를 기다리는 곳에 가면 어김없이 쪼그리고 앉아 울고 있는 기억이 있다.

그 기억에게 다가가 널 아직도 내가 울리고 있구나. 이제 그만 일어나렴.이라고 말을 하며 그 기억을 안아준다.

기다릴게와 기다려요의 차이는 말 그대로 하늘과 땅의 차이일 것이다.

기다릴게는 언제까지라는 말이 없기에 무한대가 성립이 된다.

하지만 기다려요는 강요와 같아서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움이 있다.

왜 그때 기다릴게라고 말하지 못하였을까를 떠 올려본다.

"날 기다려 줄래" 

이 말이 아닌 "내가 널 기다릴게"라고 하였다면 하는 마음을 가져 본다.

이제는 기다릴게라는 말을 쓴다.

기다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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