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돌아눕지 않고
물은 어김이 없는데
불어오는 바람엔
별이 눈을 감았다
밤은 오고야 말았고
닭의 소리는 아직인데
오는 이 누구여서
밤을 씻고 있는가
누구처럼 마음이 좋지 않아서 찾는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동네 구멍가게 드나들 듯이 그렇게 산행을 하면 무조건 들리는 곳이 그 산에 꼭 있어야 할 것 같은 작은 암자라도 들러야 산행을 마칠 수 있다. 그러다 가끔은 산사에서 하룻밤 묵어 가기도 한다. 하긴 언제부터인지 템플스테이를 통해 외국인들도 가끔 만나게 된다. 하지만 왜 예악을 하고 가야 하는지에 어리둥절해하기도 한다. 그리고 쓴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산이 있어 오른다는 말처럼 그 산에 산사가 있어 들리는데 예약이라니... 그래서 하룻밤 묵어야 할 때에는 꼭 자주 가는 곳으로 길을 잡는다. 합장하며 미소로 잘 있었느냐, 건강은 어떠하냐, 집안에는 별고 없느냐 등 모든 것이 배어있어 좋다. 흔히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것이 이런 것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작은 산사에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가는 참새가 되어 버린 것이다. 기울어져 돌아가야 하는 산길도 좋고, 졸졸졸 흐르는 소리가 좋다. 늦은 밤이면 이름 모를 풀벌레가 온몸을 비비고 별은 내 눈 앞까지 내려와 소곤거리는 산사가 너무 좋다.
개인 정원에 이끼가 돋아나고
인적 없는 사립문은 낮에도 열리잖네.
푸른 섬돌 진 꽃잎이 한치나 쌓였는데
봄바람에 불려 갔다 다시 불려 오는구나.
雨餘庭院簇莓苔 人靜雙扉晝不開
우여정원족매태 인정쌍비주불개
碧砌落花深一寸 東風吹去又吹來
벽체낙화심일촌 동풍취거우취래
-진화(陳澕, 생몰 미상), 〈봄도 늦어(春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