雲谷書院(운곡서원)

사진: 대경 신문 최순섭 객원 사진기자님 작

by 한천군작가

돌게단을 헤아릴까

속으로 헤아린 발걸음

오르다 보니 상념이

내 헤아리던 숫자를 삼키고

나는 초록에 묻혀

다시 아래를 본다.


늙은 나무는 세월 잊고서

허리 꼿꼿하게 세우고 서서

초여름 햇살을 막고

소담한 서원 안으로

걸어 들어온 그늘이

담장 아래 풍만한 장독들을

걸레질하며 윤기를 주고 있다.


경북 경주시 강동면 왕신리에 있는 운곡 서원은 고려 공신 안동 권씨의 시조 태사 권행, 죽림 권산해, 귀봉 권덕린을 제향 하는 곳이다. 조선 정조 9년(1785) 후손들이 이곳에 추원사(追遠祠)를 세우고 권산해·권덕린을 배향해 오다가 고종 5년(1868) 서원 철폐령에 의해 헐리었다. 그 뒤 광무 7년(1903)에 단을 만들어 제향 하다가 1976년 신라 밀곡사(密谷寺)터로 추정되는 곳에 안동권씨 문중에서 중건하였다. 본당 (정면 5칸, 홑처마 팔작지붕)과 경덕사(정면 5칸, 측면 2칸, 겹처마, 맞배지붕)가 있다.

나는 경주를 참 좋아한다. 그리고 기차를 타는 것도 좋아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기차 여행을 좋아했다.

어릴 적엔 비둘기호를 타고 경남 하동으로 가던 기억이, 좀 커서는 통일호, 무궁화호를 그리고 서울 갈 때에만 타던 새마을호. 옛 추억이 많아서 기차여행을 좋아하는가 보다. 하지만 기차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시골 간이역의 이쁜 모습들이 아닐까.

두 해 전 경주를 다녀오곤 아직 가 보질 못하고 있다. 아직도 찍어야 할 스탬프가 몇 개 남았는데...

그때의 기억이 다시 나를 힘들게 할까 봐서 못 가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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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곡 서원은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유명한 곳이다. 바로 오래된 은행나무가 노란 비를 내려주는 계절이면 많은 사람들이 이곳으로 모이기도 하니 그 풍경은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아직도 경주는 많은 문화재가 계속 발굴되고 있는 곳이라 어느 한 곳 허투루 보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아니 한부로 할 수 없는 곳이다.

운곡 서원에 있는 은행나무는 죽림 권산해의 후손인 권종락이 단종 때 죽림의 억울함을 달래기 위해 서울을 왕래할 때 순흥에서 큰 은행나무 가지를 꺾어다 심은 것이 오늘의 은행나무라고 한다.


아 날씨도 좋은데 휙 떠나고 싶어 진다.

늦게 봄 타는 것일까?

그러면서 혼자 씨익 웃고 만다. 그래 남은 스탬프 몇 개 찍으러 가야겠다. 쉬는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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