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如來(여래)인데...

by 한천군작가

1.

實(실)도 虛(허)도 없는 세상

참답게 말하는 자로

진실을 말하는 자로

眞如(진여)를 말하는 자이거늘

세상은 그러하지 못하니

물들어 가는구나

그것을 따라가는구나

2.

마음은 하나의 대상을 만나고

집착으로 살아가는 이 어둠 속에서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것과 같아

대상을 지우려 한다

無我(무아)의 道(도) 깨우쳐

아침햇살 같은 빛 가득 담은

여러 색을 볼 수 있도록...

3.

세상은 세상이 아니다

다만 이름이 세상일 뿐

나무는 나무가 아니다

다만 이름이 나무일뿐

세상을 보는 눈이 곧 허상이니

형상이 아님으로

어찌 존재를 말하랴

그저 이름뿐이거늘...


如來(여래) : 불 10호(佛十號) 즉 부처의 10가지 명호(名號) 중의 하나이다.
불 10호(佛十號) : 여래(如來), 여시래(如是來), 응공(應供), 정 등각(正等覺), 명행족(明行足), 선서(善逝), 세간해(世間解), 무상사(無上士), 조어장부(調御丈夫), 천인사(天人師), 불세존(佛世尊).

眞如(진여) : 있는 그대로의 것,
원시불교의 교의에 의하면, 사물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은 무상(無常) · 무아(無我)이다. 즉 모든 사물은 연기(緣起)의 존재일 뿐이다. 즉 원시불교에서 진여는 이 연기의 이법(理法)이 영원한 진리라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었다고 한다. 이후 대승불교에 이르러 진여는 현상 세계 그 자체 혹은 현상적인 차별상(差別相)을 초월한 절대의 세계, 또는 우주의 진리인 법신(法身)의 본질, 법성(法性)을 뜻하게 되었다.

간혹 불가의 글을 쓰기도 한 적이 참 많았다. 그리고 이 맘 때면 나도 모르게 그런 글들이 술술 풀리기도 하다. 그리고 틈만 나면 절을 찾는 일이 참 많다. 하긴 절엘 가려고 나선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단지 산을 찾으면 그곳에 작은 암자라도 있으니 꼭 들리는 습관이 생긴 것이라고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이맘때 먹는 사찰 음식은 일품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재철 산나물로 갓 지은 밥을 쓱쓱 비벼 먹는 그 맛은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진미가 아닐까. 초팔일엔 그렇게 한 그릇 뚝딱하고는 배부르니 내가 부처로구나 했던 기억도 있다.


유년의 시절에는 할머니 손에 이끌려서 절엘 참 많이도 다녔다. 그리고 사천왕이 모셔진 곳을 지날 때면 늘 무서워 할머니의 치맛자락을 잡고 눈을 감은채 그곳을 지나왔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법당에서 큰 대자로 낮잠을 자기도 했던 내 모습을 보면 무섭게 찡그린 사천왕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어머니에게 부려야 할 응석을 할머니께 부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단층과 탱화에 관심을 가지면서 절엘 자주 들락거렸다. 그러고 보면 내게 절이란 곳은 참 마음 편안한 곳이 아닐까. 마치 할머니를 만나러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더 많은 그래서 추억할 수 있는 내 어린 시절이 마치 그곳에 멈춰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오늘처럼 석가탄신일이면 더욱 할머니가 그립다. 가까운 절에 다녀오는 길에 할머니 산소라도 들러야겠다. 좋아하셨던 박하사탕 한 봉지 사 들고 좋아라 하셨던 그 꽃들도 들고서 그렇게 할머니를 만나러 가야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