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개가 필요해
찾다 찾다
내 손엔 비어있는 자리로
엉어리 맺힌 추억이 들어오고
떡하니 버티고 삽니다
언제부터 였는지
지울세도 없이
지울수도 없이
그렇게 또 아파옴이
추억이라도
좋다고 느낄 때
비워진 자리엔 추억이 들어와 산다.
"나도 자수 박힌 양말 사주세요"
이 말이 대형마트 양말 코너에만 서면 자꾸 귀에 웅웅거린다. 늘 내 양말을 살 때면 그렇게 말을 했던 그 사람이 왜 이곳에만 서면 떠 오르는지...오늘도 양말을 못 사고 그냥 돌아왔다.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떠 오르는 말들과 기억들에 아직도 사로잡혀 살아가는 내 모습에 피식 웃지만 결코 마음은 웃고 있지 못한것을 안다.
"우왕 마이따"
고개를 돌려서 건너 편 테이블을 바라보며 또 한번 피식 웃었다.
그러고 보니 이곳도 그 사람과 자주 오던 곳이구나 한다. 혼자 파스타를 먹고, 봉골레피자를 두 조각 먹고 포장을 하며 그 사람이 하던 리액션을 저기 저 사람도 하는구나. 슬쓸하게 돌아서 나오는 길은 왠지 무겁기만 하다.
이렇게 사소한 것 하나에서도 그 사람이 살고 있다. 다 잊은 줄 알았는데 아직도 그 사람이 그 사이에 살고 있었다.
"아빠"
"왠일이야 아빠라고 다 부르고"
"아빠니까 아빠라고 부르지"
"그래 공주님 어인일?"
"계속 혼자 살거야? 주변에 여자 없어?"
중3인 딸아이는 혼자 사는 아빠가 안스러워 가끔 이렇게 말을 한다. 그러면서 단 한번도 엄마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그것도 어쩌면 이 녀석이 내게 할 수 있는 최선의 배려라 그럴 것이다.
"혼자가 얼만 편한줄 알잖아. 왜 엄마는 혼자 살기 힘들다던"
"여기서 엄마 이야긴 왜해! 그냥 홀애비로 사슈 깔깔깔"
저렇게 웃는 녀석의 목소리가 오늘은 쓸쓸하게 들린다. 언젠가 저렇게 토시 하나 틀리지 않고 말을 할 때에도 그랬다.
"아빠는 추억이란 놈이 너무 많아서 혼자 사는거야. 그 추억이란 놈이 아빠를 떠나버리면 그 때 생각 해 볼께"라고...
결코 추억이란 놈은 나를 떠나지 못 할 거라는 것을 알기에 힘 없이 전화를 끊어 버렸던 녀석.
오늘은 그 녀석이 더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