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나이테로 허리를 굵게 불리고
강물은 흐름으로 지형을 변화시키며
저마다 나이를 먹어만 간다.
퇴색되어버린 사진도 그렇게 나이를 먹었다.
기억만큼은 아직도 그 시절에 멈춰서
나이 먹기를 거부하고 있는데
어느덧 주름만 늘어가는 나를 보면
나도 그 기억의 언저리에서
함께 나이를 먹지 않았으면...
그랬으면...
추억은 나이를 먹지 않지만
나를 보는 그 눈빛은 여전히
나이 먹은 나를 더욱 환하게 반겨주니
추억이 젊어서 참 좋다.
나이 먹지 않는 녀석이 나를 데리고 있어서
나이 먹음이 참 좋다.
흑백사진을 보고 있으면 누구의 사진이던 참 시간이 주는 고마움이구나. 시간이 지났음을 모르고 살아가다 문득 흑백 사진 한 장에 아 하는 탄성을 지르기도 한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 나에게는 에전 사진들이 하나도 남아 있지를 않다. 아픈 거는 싫다는 예전의 성격 탓에 모두 버려버려서일 것이다. 그 보다 캐나다라는 낯선 땅으로 떠나면서 나에게 가장 먼저 한 이별이 내 사진들을 세상에 남겨두지 않는 것이었다가 맞는 말일 것이다. 그때는 그랬으니까. 이제 이 땅을 다시 밟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내가 잊히기보다 나를 지우는 것을 먼저 하자였다. 그리고 제일 먼저 한 것이 앨범을 먼저 버리는 일, 그 좋아했던 볼링 용품을 버리는 일, 낚시 장비를 처분하는 일과 주변의 지인들에게 하나도 빠짐없이 작별 인사를 하는 것이 그때는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인 줄 알았다. 곧 후회를 하였지만...
1년 1개월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왜 그랬을까 하며 후회를 하였다. 하지만 다시 갈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기에 그 후회를 금방 접을 수 있었다. 두 번째 캐나다행 비행기를 타기 직전에 그래 내 기억만 남아 있다면 그 흔적들이 무슨 소용일까 차라리 잘 된 일이야 하며 비행기를 탔다. 그리고 또 2년 3개월의 시간이 지나서야 나는 이 자리로 돌아온 것이다.
가끔 친구들의 옛 사진을 보면 부럽긴 하다. TV에서 돌사진을 보고 누군지 맞춰보라는 MC의 말을 듣기보다는 그 사진에 빠져서 후회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나는 사물에게서 혹은 장소 음악 이 모든 것에서 나는 나를 찾을 수 있기에 괜찮아 라고 말을 한다.
추억은 결코 나이를 먹지 않기에 나는 어디서든 내 젊은 날의 추억을 만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