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죽이 흔들린다고
바람도 흔들릴까
그저 구름을 건드려서
비를 깨울 뿐인데
꽃이 떨어진다고
눈물일까
바람이 흘리고 간 知音(지음)이라
몇 겹 구름이 막아서도
풀에 부친 마음이
끝내 눈물이 되어버렸다.
어떤 대상을 그리워하며 글을 쓴다는 것은 아마도 내 속을 비우기 위한 몸부림일 것이다. 그 몸부림이 강할수록 글 역시 슬프게 써지는 듯하다. 하지만 이 글을 쓸 때에는 가만히 누워 대나무 사이로 가늘게 들어오는 햇살과 사스락 거리는 댓잎의 속삭임을 듣고 그래 흔들린다고 다 바람일까 라고 홋잣말을 하곤 적은 글이다.
바람처럼 늘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의 사랑아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중에서
하루 종일 당신 생각으로
6월 나뭇잎에
바람이 불고 하루 해가 갑니다.
김용택 님의 6월 첫 구절
나는 이 시를 좋아한다. 얼마나 그리우면 종일 바람이 나뭇잎을 만지고 해가 가는 것을 모를까. 그래서 나는 이 시가 참 좋다. 나 역시 바람을 좋아한다. 느리게 불어오는 바람은 살갓을 간지럽이고 세차게 부는 바람은 나를 흔들어 꼼짝 못 하게 만드는 것이 꼭 그 사람 같아서 좋다. 그리움을 그리워하는 것은 단지 그리움 때문은 아니다. 흔들린다고 모두가 바람이 아니듯 말이다. 바람 좋은 날에는 창문을 활짝 열지 못한다. 아주 조금만 열어두고 그 사이로 흘러들어 오는 바람에 손 내밀뿐이다. 그 사이로 들어온 바람은 더욱 시원하게 느껴지는 것이 마치 아주 작은 그리움이 먹먹하게 만드는 것과 같은 이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람이 좋다. 대밭에 혼자 누워 하늘을 볼 때면 촘촘히 갈라진 가지 사이로 비집고 나오는 햇살이 눈부시듯이 나의 그리움은 그리워서일 뿐이다. 추억의 틈에서 비집고 나온 아주 작은 그리움일 뿐이다.